오늘이 이번 주 빡센 일과가 일단 마무리되는 날이다.
사실 오늘까지 긴장하며 하루하루의 긴 일과를 해 냈다.
돈 버는일 아니고 세상을 바꾸는 일은 더더욱 아니지만, 내겐 온 우주 같은 시간이다.
근데, 어제 소파에서 잠시 잠깐 졸다 일어났더만, 허리가 아팠다...
도저히 결혼식에 참석할 자신이 없었다.
11시 미용실 염색 예약
3시 이수역에서 일행 미팅
5시 예식장.
일단 일행에게 3시 미팅 약속을 취소.
언니에게 내 사정을 통보했다. 혹시 하객수가 걱정인 상황이 아니라면 불참을 이해해 달라 했다.
근데, 하객수가 걱정이란다...허얼!
관계 관리를 잘 하는거 같더니만, 그 끝에 이게 있었던 거였구나 싶으니, 마음이 짠해져왔다.
그렇담 택시 대절이라도 해서 가겠다 약속을 했다.
1.다시 일행에게 상황 전달을 했다. 가야한다고.
그랬더니...먼 거리서 나를 픽업 하겠단다.
그 분의 집은 은평구 어디쯤이고, 예식장은 부평이니, 나를 픽업 온다는건...
서울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오겠다 함이고, 예식장과는 거꾸로 오겠다 함인거다.
그 분은 순수하게 나와 혼주인 언니에게 봉사를 결심한 거다.
거기에 감사의 마음이 솟아났다.
행복버튼 하나.
2. 예식장이 생각보다 많이 비었다.
그 빈 곳 한 자리를 내가 채웠다 생각하니, 걍 의무적, 관례적으로 참석하는 예식과는 다른
꽉찬 한 자리였다. 행복버튼 두울.
여타 다른 화려하고 웅장하며 복작이거나 부내 뿜뿜나는 예식과는 비교하고 싶지 않다. 그래선 안된다.
이 자체로 아름답고 훌륭하며 의미 있는 결혼이다.
3.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11시에 염색을 예약했었다.
허리가 아프니 두어 정거장 이지만 버스를 타고 가는게 겁났다.
버스에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건 대형사고일게 뻔한기 때문,
남편은 늘 내 편이 아니었다. 평생.
엑셀 셤이 있던 날도, 가슴 떨리니 날 좀 데려다 줬음 좋겠구만, 때마침 그때, 등산 동호회 모임이 있었다.
그럼 오늘은?? 그렇다, 그는 여전히 내 편이 아니다. 시종일관.
오늘도 예식이 두 개나 있단다.
간신히 도출한 합의는...
나를 좀 일찍 10;40분쯤 미용실에 내려주고 본인의 일정을 보기로 했다.
예약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한 미용실이 한산하다.
염색약을 바르고 나니, 살짝 졸리다. 그렇다...카페인이 들어갈 시간이었던 거다.
옆 카페에 들렀다.
미용실 옷에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라떼 한 잔 들고 창가에 앉았다.
마침 가을 오전의 햇살이 따사롭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 햇살은 따갑지 않았고, 덥지 않았고, 다만 부드러웠다.
햇살 머금은 자리에 앉는게 다정하게만 푸근하게만 느껴졌다.
거기서 잠시 잠깐 행복을 누렸다.
그래 이게 삶인거지.
행복인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