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카페에서 진한 라테를 즐기려고 집을 나왔는데,
문득 김 권사님 생각이 났다.
내가 횡성에 있을 때 가 보지 않으면 언제 가 볼 수 있을까 싶었다.
겨우 30분거리인데,
20년 세월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권사님은 가끔 내게 전화를 주시곤 했다.
작년엔 내 생일즈음에 전화를 주셨었다.
미국 여행중 한밤중에 전화를 받았는데,
옆에서 자는 친구 깨울까 봐, 또 불면중에 간신히 든 내 잠도 깰까 봐,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지금 아니면 원제~?
댁에 도착하니 똭 반기는 말씀^^
대박 반갑습네다.
신호음이 계속 가는데, 전화를 안 받으신다.
순간 불안이 엄습했다. 그새 건강이 확 안 좋아졌음 어쩌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휴우~
예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내가 살던 아파트구만, 기억이 생경하다.
그땐 내가 뚜벅이었고 운전하며 가기는 첨이다.
20년 세월이니 기억이 안날만도 하다. 내 기억력도 차암~~ 답이 없다.
<원동현진아파트>
마중 나와 문 밖에 서 계시는데, 허리가 힘이 없어 보였다. 아!
그래도 목소리는 쨍쨍하시다. 기억력도 나보다 훨 좋으시다. ㅎ
울 횡성집이랑 찰떡인 그릇을 한 박스 주신 분이시다.
친척이 이천에서 구운 그릇 중 b급을 집에 가져다 놓으셨는데,
필요하면 가져가라 하셨다.
그릇을 첨 보는 순간 딱 삘이 왔다. 너와흙집에 찰떡이란 걸 말이다.
다 가져가라고 시원하게 말씀하셨는데,
걸 또 사양도 않코 싹 다 쓸어왔다. 내가. 눈치도 없이.
그 그릇들의 원래 주인되신다.ㅋㅋ
우리가 예배후 자주 가던 두부집이 있었다.
점심 식사를 거기서 하자 했더니만,
권사님이
"나 두부 싫어해, 고기 좋아해. 오늘 내가 사 줄 테니, 고기 먹으러 가자." 하신다.
허얼... 그 많은 세월, 난 두부집에서만 밥을 샀다. 모두 좋아하시는 줄 알았쪙.ㅠㅠ
많은 구역 식구에 식사비 부담을 걱정하셨나 보다.
나두 참 눈치 없기는....ㅋㅋㅋ
식당에 들어서니, 어이쿠나, 곧 브레이크 타임이라 이미 문을 닫고 있었다.
근데, 우리가 누규~~?
김 권사님이 원주에서 아주 유~~~ 명한 분이시다.
이 분에게 찍히면 아주 장사 망한다. 그만큼 영향력 있으신 분이시다.
사장님이 당연히 문을 열어주신다.ㅋㅋㅋ
우리만을 위한 오붓한 식사가 준비되었다.
넘나 맛있었다.
인삼왕갈비다. 인삼 보이쥬~?
밑반찬
명동숯불왕갈비.
사장님~ 대박 감사합니다~
우리도 나름 예의 있는 사람들. 한 시간 안에 얼릉 식사를 마치고. ㅋㅋ
맛있는 수다를 위해 근처 카페로 장소를 옮겼다.
아마도...우리 모두...일찍 헤어지기 싫었을 꺼다.
주차를 하고 오는 사이, 권사님이 카드를 이미 카운터에 맡겨놓으셨단다.
권사님 찬~스로 올해 처음 나온 수박으로 만든 수박주스.
우리가 교회 구역으로 만난 인연인데, 당연히 교회가 궁금해졌다.
첫 만남에, 내게 수영장을 인도해 주면, 교회에 나가겠다고 했단다.
내 기억엔 없는데, 권사님 기억에 있음, 그게 백퍼 맞을꺼다.ㅋ
그렇게 함께 수영장을 다니면서 친해지고, 교회 유치원에 현주를 보내고,
나도 주일을 지키고, 구역예배에 참여하고..
교회 식당 점심 설거지 순서가 오면 설거지하고,
감자떡 빚는 순서엔 나도 감자떡을 빚었다.
순복음 신앙에서 나와 원조 감리교회의 신앙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순수"
구역 예배 때마다 집집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옥수수를 내와서 의아했다.
여름에 대량으로 쪄서 냉동실에 보관해 놨다 1년 내내 먹는다는 걸 알았다.
강원도 옥수수가 강원도 내에서 다 소비된다는 것도.
한 여름 농협 앞에선 농협 직원이 커다란 솥을 길거리에 걸어 놓고,
옥수수를 팔팔 삶아 팔고 있었다.
진풍경이었다.
한여름 땡볕에 뜨거운 옥수수라니 ...ㅎ
권사님은...
교회 성전 단상위 촛불을 늘 밝히기를 원해
교회에 초를 기부하고 계셨다.
지금은 초 대신, 전기로 불을 밝히는데, 그 전기값을 내신단다.
하나님과 약속한 것, 가시는 그날까지 지키시겠단다.
난 유럽의 어느 성당을 가더라도, 자연스레 단상위 촛불을 찾았고,
그때마다 권사님을 생각했었다.
귀감이 되는 숭고한 마음이다.
이렇게 햇살이 들어왔는지...
내 폰 카메라가 맛이 간건지...몰겄다.
가끔은 사람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을 카메라가 잡는 때가 있다.
교회 창문으로 들어오는 이 빛이 그렇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땐.
왠지 성스러운 기운이 들어오는 느낌 들지 않는지? 나만 그케 느끼는건지?
이 앞에서 모든 성도들이 나와서 100주년 기념사진을 찍었었다.
나도 거기 있었다.
20년 전 이었다.
넘나 감사합니다~
그때는 그렇게 알뜰 살뜰 챙겨주시더니,
지금은 이렇게 반겨주셔서
제 맘이 무척 말랑말랑해 집니다.
쨍쨍한 그 목소리, 사랑의 그 마음, 계속 오래오래 듣고 싶습니다~
2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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