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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모임 삼목회

일상의 이야기

by 별난 이 2024. 1. 1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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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막 잠이 들었는데 남편이 툭 쳐서 깼다.

내가 코를 골았단다.

아니, 몇 년째 불면증인 내게 얼마나 소중한 밤잠인데 그걸 시끄럽다고 툭 쳐서 잠을 깨웠냐구...

자긴 평생 공사판보다 더 큰 소리 내며 내 옆에서 코를 골았구만...

여기가 내가 서운한 포인트는...그의 이기적인 마인드다.

 

새벽 6시30분이 되어서야 비로소 다시 잠이 들었다.

글고 11시30분에 기상.

겨우 5시간 잤지만, 것두 질 좋은 잠은 아니다.

갑자기 염색이 급해졌다. 정수리 허연 채로 모임에 나가긴 싫다.

미용실에 전화를 했더니, 어제 내린 눈으로 오늘 손님이 꽉 차서 3시 이후에나 가능하다는데,

그럼 난 늦는다고 했더니...

걍 지금 빨리 오란다.

 

부리나케 달려가 보니, 허얼 벌써 두 명이 염색중.

아마도 30분 간격으로 예약을 해 놨는데, 내가 그 사이에 새치기를 한 모양이다.

덕분에 내 뒤의 두 명은 예약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30분씩을 각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내 앞의 두 사람은 각자 자기 머리를 자가 드라이를 하고 나가는 상황이고.

사장님은 너무나 바빠 허둥지둥이다.

예약없이 불쑥 들어온 어떤 손님은 걍 슬그머니 돌아 가셨다.

아무도 내게 머라 하진 않지만,

이 모든 상황이 나 하나 때문이란걸 알게되니

참으로 민망하고 미안하다.

나두 아뭇소리 않코  스스로 자가 드라이를 하고 나왔다..

.

.

 

남편은 엊그제부터 신비초밥을 외쳤다.

오늘, 내 염색 마치는 시간에 맞춰, 신비초밥에서 만나기로 했다. 늦은 점심을 가볍게 먹기에 안성 마춤이다.

오늘, 예전의 홀 매니저가 있어서 반가왔다.

그녀는 우릴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수도 없이 왔지만, 조용히 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오랜만에 뵙는다고 인사를 건넸다. 기억해 주어 감사하단다.

난 그녀가 쥔장인줄 알았었다. 진정 쥔장의 포스였으~.

근데, 주방장이 바뀌고, 홀 서버가 바뀌었다. 모조리 다.

에고 눈치 없음이다.

이제야 그녀의 조심스러운 몸가짐이 눈에 보였다. 흠...

.

.

삼목회.

30년도 더 넘은 모임이니 그만하면 식구만큼은 될만한 관계여야 하는구만,

나의 불가원 불가근 인간관계가...아직도 거리감이 있다.

청장년에 만났는데, 이젠 잘 익어가는 노년의 선배로서의 삶을 보여준다.

건강하셔서 감사하고, 앞선 삶을 본보기로 보여주어 감사하다.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의 노년이 될른지...

10 년 후의 모습을 궁금해본다.

 

 

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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