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의 시작은 누군가 남긴 톡.
<가을 되니 불멍 하는 문학의 밤이 생각났다>였다.
나는 이 집에 들어올 때마다 생각이 났다. 문득문득.
허다한 다른 사람들과의 추억은 우짤 건데??
스스로 "오바"라고 추억 스위치를 껐다.
지금 그녀 혼자서 낑낑대고 텐트를 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울 김서방 같았으면,
나와서 도와라, 여기 잡아라, 힘 좀 써라, 머 가져와라... 하면서 사람 괴롭힐껀데,
훨씬 신사에 장사다.ㅎ
오늘 어쩜 저기서 첫 텐트 외박을 할지도...몰것다..ㅎㅎ
에잇, 모처럼 삼인방에 톡을 남겨보았다.
우리의 아지트, 미미베이커스에서 만남이 번개로 추진이 되었다.
그러다가...
우리 둘 만의 캠핑 계획이 스르륵 잡힌 거다..
창업으로 바쁠 그녀는 빼고.
ㅎㅎㅎ 나 기다리는 며칠간 설렜잔아...
왜??
불멍? 사유? 알콜?
시간이 제법 흘렀다고 생각해서일까,
술이 잠금 해제해서일까,
잠궈뒀던 단어가 툭 튀어나온다.
있을 때 잘허지~
처음부터 아웃사이더로 취급하더만,
결국 이렇게 되았다.
메리어트 와인도 가져왔다.
투숙했던 친구가 주고 간 선물이다.
남편과 좋은 시간 가지라구 했는데,
남편은 지금 어금니를 뽑아서 강제 노알콜 기간임.
앞으로도 몇달간 쭈욱 그럴 예정임..
그러니 지금 따야 함.
와이트와인이 시큼함 없이... 기분 좋게 취기가 돈다..
소주파 그녀에겐,
딱 두 잔만 허락했다.
나 모자르니 고만 마시라구 했음...
몹시 서운했는지, 담날 숙취처럼 되뇌이더구먼....ㅎㅎㅎ
그녀가 작년인가 재작년에 놔두고 간 장작..
재고가 분명 있을 낀데...
그건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도 다른 팀이 왔을 때, 사용한 듯했다.
아까 마트 장 볼 때 사온 한 박스... 그걸론 부족하단다.
부랴부랴 하나로마트가 문 닫기 전에 다시 가서 장작 한 박스를 더 사 왔다.
놀기 위한 수고... 이런 건 호흡이 척척이다.
한 밤중이 되어서....
새벽까지 갈 장작이 부족하단다...
부랴부랴 2차로 근처 캠핑장을 찾아갔다.
이제서 안 사실. 모든 캠핑장에선 장작을 팔고 있었다.
우리, 밤 꼴딱 샐 요량으로 3박스를 더 구입했다.ㅋㅋ
텐트랑 장작불 사이에서 밤을 샐 작정이었다...
그러나 말입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 방에 들어간 순간....
흐이구나, 따땃한 방구들이 내 발목을 잡는다....
철푸덕 주저앉을 수밖에..
추위에 고만 떨고, 따사한 여기서 3차 시작하자잉~~
그녀가 물었다.
덜 구운 고기 드시나요?
아뇨!!
나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렇다. 난 소고기는 횡성한우, 굽기는 웰던. 에 대한 선호도가 확실한 사람이었다.
변하지도 않는다.
매정함이, 뚝뚝 묻어 떨어진다. 진정 나 답다.
정나미 떨어지구로ㅠㅠ
불과 십 수개월 전이었는데
그때 보다 미약하게 마셨구먼,
둘 다 술을 이기지 못한 아침.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더니...
갑자기
앞으로 남은 삶에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순간임에 틀림없으니,
그 증거 자료,
반드시 남기기로 한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내가 생각이 났다고 했다.
지금 이 순간,
내 비록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다 늙은이라 할지라도,
나를 생각해 주는 그대가 있어 참 행복하다고 전하고 싶다.
그녀와 난 결이 비슷하다.
이 책과는 인간애가 비슷하다.
나. 이런 감성. 이런 사진. 이런 글. 가능할까?
그녀가 남기고 간 흔적 둘.
올해, 설레는 크리스마스로 우릴 이어줄것만 같은 전구.
감사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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