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크리스마스 케잌이 좀 많이 들어왔다.
내게도 케잌이 들어올걸 예상하지 못하고
필요한 갯수만큼 구매를 한 때문에 생긴 오류다.
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 해 크리스마스 이브. 그때도 몇 집에 케잌 배달을 하고 있었다.
케잌을 좋아해서 평상시에도 무시로 사다 먹던 시절이다.
케잌을 튀지 않게 선물하기에 딱 좋은 시즌이 크리스마스 이다.
지금은, 카톡 선물도 가능하고, 상품권 선물도 가능하지만,
그땐...
쌀이나 생필품과 함께 전달하느라 집집마다 방문을 했다.
그날 오후에 동창 부친의 부고장이 떴다...
바로 크리스마스 휴일이 이어진 탓에 그 날 오후에 문상을 가야했다.
거기서 보낸 시간만큼 배달이 지체가 되었다.
다른집 방문을 마친 후, 친정집 방문은 얼굴 보는게 목적인지라 크리스마스 당일로 미루고, 일단 우리 집으로 귀가했다.
숨도 돌리기 전에...
엄마의 다급한 전화.
외출에서 돌아와 보니, 주무시고 계신줄 알았던 아버지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거다.
119로 병원으로 모시고 갈 예정이니,
병원으로 직접 오라는 말씀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날, 아버지는 그렇게 주무시다 혼자 먼 길을 떠나셨다.
사람들은 평안하고 복된 호상이라 했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에겐 미처 마음의 준비가 안된 채 맞이한 황망함이 뿐이었다.
예기치 않은 순간 닥친 이별은 크나큰 충격과 슬픔으로
그후로도 오래도록 애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이브날 장례식장엘 가지 않고 친정엘 갔었다면, 아버지를 살릴 수 있었을까?
그 며칠 전, 아버지가 넘어졌다 했을 때, 설득하고 우겨서 병원으로 모셨다면,
의사의 언질이 있지 않았을까?
'쓸데없이 남 챙기지 말구, 네 식구나 잘 챙길 것이지' 하는 외침이 마음 속에 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회한과 후회 뿐이었다.
아버지는
영원한 정신적 지주,
가장 존경하는 인격체,
사랑 많으시고 인자한,
자랑스러운,
최강 든든한 나의 지지자..셨다.
나의 철없이 자신만만함도,
근거없는 천방지축도,
따지고 보면, 다 뒤에 떡하니 버티고 계신 아버지의 인자한 미소가 있었기 때문이었음을
나는 안다.
죄책감.
회한.
후회는
그 후로도 오래오래 남았었다.
그 다음해부터 매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엔
후회와 죄책감으로 아버지를 추모하느라,
'엄한곳 챙기지 말고, 네 식구나 잘 챙겨...' 하는 메아리가 울려와
크리스마스에 선물이며 케잌을 배달하는 산타일을 멈추었다.
올해서야 비로소 재개한 크리스마스 산타.
일 년을 감사하고, 나누며 마무리하는 의미라고
맘 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부추김이 일었다.
이젠 그만 무거운 회한을 벗고,
옳다 생각하는 일 하고 살리.
아버지도 지지해주시겠지.
아버지를 생각나게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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