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서 회원 선예매 안내 문자가 떴다.
나 그동안 돌아다니는 게 넘나 잼나서, 좀처럼 가만히 숨 죽이고 앉아 공연 관람하는 취미로 돌아오기 힘든 차였다.
친구가 유명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을 예매해 달라는 부탁은 몇 달 전에 들은 거 같다.
해서, 관심 있게 읽어 보니, 유명 오케스트라 예매 안내도 있는 게 아닌가.
발레단이나 오페라단이라면 몰라도,
오케스트라는 잘 모르는터라, 그거이 그건지 확인이 필요했다.
친구에게 혹시 <런던 심포니> 예매를 부탁한 건지 물어보니, 그거이 맞단다.
휴대폰 스케줄에 회원 선예매 날짜를 메모해 놓고, 알람까지 설정해 놓았다.
혹여라도 깜~빡여사, 잊어묵을까 봐.
친구한테도 하루 전 내게 따로 알림 문자 넣어 달라고 더블로 안전장치까지 해 놓고 말이다.
근디, 그날이 하필, 나의 코로나 해제 바로 다음날.
건 큰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집서 인터넷 예매를 하거나, 아님 전화 예매를 하면 될 것이라 생각.
근데, 복병이 생겼다.
코로나로 고생하면서 기력이 달려, 링거를 맞으러 병원을 가야 했다.
오후에 집을 나서 링거를 맞고 귀가하니, 4시쯤?
선예매 시간이 2시 였으니, 약 2시간이 지난 시간이었다.
예전의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며 너무 많이 늦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땐, 돈이 없었지, 좌석이 없진 않았던 거 같으니까.
그. 러. 나.
사이트에 로긴 하니, 예매에 들어가지 질 않는 거다.
예약 가능한 좌석도 0개.
아니, 도대체 무신 일이고??
답답하여 전화를 하니, 애초에 사전 예매는 전화예매가 안 되는 조건이었고,
모두 솔드아웃이란다.
혹시 취소 티켓이 나올 때를 대비해, 좌석을 지정하고 대기하는 방법이 있단다.
건, 더 불확실하다. 내가 찜한 좌석이 취소될 확률이 과연 몇 프로나 될는지.. 1프로? 2프로?? ㅠㅠ
그제야 알게 되는,...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 예매의 현주소.
코로나로 많은 인원이 와야 하는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어려웠던 터라,
매니아들의 목마름이 티켓을 순삭 하게 된 이유였지 싶다.
에궁.
친구가, 이번엔 빈필이 온다는 소식을 전했다.
인터넷도 안 하면서 이런 소식은 참말로 빠르다. 과연 찐 매니아다.
이번엔 대기하고 기다렸다.
실패하지 않으리...
지난번 실패를 카바하고, 친구에게 기쁜 소식을 꼭 전하고 말리...
빈 필하모닉 공연 전 모습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로비
헌데, 이번엔, 또 다른 복병이 생겼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한 달을 집콕으로 지내고 나니, 그간 취소했던 약속들이 스멀스멀 밀려드는 거다.
바깥 활동을 위해선, 한 달 동안 하얗게 샌 머리 염색부터 해야 했다.
미용실서 예약해 준 시간이, 선예매 시간이랑 겹치는 불상사에 봉착.
노트북을 미용실로 가져갔다....
염색 중에, 잠깐만요~~ 하구
사이트 로긴 하고, 2시가 되길 기다렸다가~
2시가 되자마자 후다다닥 눌렀다.. 흐이구
이런 건, 10년 전 아그들이 학기 초 수강 신청때 어깨너머로 배워뒀던 스킬 되겠다.ㅎㅎ
이번에 첨으로 요긴하게 써먹었다.
근데, 나를 또 한 번 후덜덜 놀라게 한 건...
가격이었다..
에궁. 이런 가격으로 티켓팅을 한 적이 없구만...
내 '쪼만한 간' 때문에 친구와 극적으로 A석으로 합의, 2장 예약.
사실 오케스트라가 내 취향은 아니다.
내 취향 아닌 거에 거금 들이는 거, 나 답지 않다.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한 거였는데, 내가 어부지리로 동행 관람해야 하는 거...
내 짠순 논리에 맞지 않다....ㅠㅠㅠ
그러나..
반전의 소식.
이번에도 친구가 쏜다~~
나 복 받은 사람.ㅎ
사람들이 이케나 많다.
커피 진하게 한 잔씩 마시고,
카페인으로 긴장한 마음 눌러놓고,
졸린 눈꺼풀도 짱짱하게 올려주고...
오늘 밤 하루쯤 새면 어떠랴~
어렵게 마련된 공연인데...
모처럼의 문화생활에 졸까 봐, 쫄린다.
합창석을 보니..
오래전, 홍혜경의 솔로 공연 때,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합창석으론 제대로 울리지 않아, 소리 장벽이 느껴졌었다.
앞으론 절대로 앉지 않으리라 결심했었다.
오케스트라는 위로 올라가는 소리도 있어서 목소리 보단 낫겠지만...
그래도 난 절대적으로 비추일세.
아, 물론, 자리는 잘 잡았다.
2층 D블럭 7열 1.2번이면 세 번째 그룹의 자리로선 최선이다.
물론 내생각. ㅎㅎㅎ
그런데 말입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입장할 때,
관객들이 박수로 환영하는데,
내 가슴이 떨렸다.
검정 연미복 속 쭉쭉 빵빵 엘리뜨 외국 남자 단원들이 넘나 근사해 보이는 거다. 사심 듬뿍.
나 할머니 된 거 맞나 봄.ㅠㅠ
나 모다 첨 듣는 곡인데,
이 오케스트라의 장점에 홀릭.
그거이...
사운드가...
마치 오래 숙성된 와인 맛 같이 너무 가볍지도,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으면서, 묵직하고 부드러운 절묘한 조화랄까.
"벨벳 같은 사운드", 혹은 "황금빛 사운드" 라 표현한 걸
완벽하게 이해하겠다.
내 둔한 귀가 뚫렸나 봄.
빈필은 빈필 만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음색과 음향을 유지하기 위해 빈 오보에, 욀러클라리넷, 빈 호른, 로터리 트럼펫 등
빈에서 개발되었거나 오랫동안 사용된 악기들을 19세기 후반부터 그대로 사용한단다.
아하~ 관현악에 독보적인 사운드를 자랑하나 보다.
가슴이 뭉클했고,
잔잔한 물결 위를 날아다녔고,
쉔브른 궁에서 춤을 추었고,
우주로 자유로이 날아다녔다.
오늘, 예기치 않은 초대로 나를 축제의 한 복판으로 인도한 친구.
제대로 된 음악으로, 오케스트라의 세계로 인도하고 싶었단다.
우리의 60을 자축하는 또 하나의 페이지를 채운다.
우리 올해는 매일매일이 환갑 기념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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