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머릿 속이 복작복작하다.
마침 모든 것을 감싸는 비가 내린다.
난. 이런 비가 좋다.
비가 오롯이 나를 감싸고 안아 나는 마침내 안식처에 안착한것 같기도 하고,
빗 소리가 주위의 모든 쓸데없는 소음을 집어 삼켜 오롯이 내 숨소리만 들을수 있으니,
참 고맙기도 하다.
상대방을 간 보는 사람들 속에서
기분 언짢은 터다.
나리꽃은 우리 마당에서 남편이 내 쫓았다.
그들이 담장 밖 아지트에서 굳건히 살아 남아 군락을 이루었다.
살아주어 고맙다.
아파트 베란다에 심어둔 나리는 몇 해동안 꽃을 피우지 못한다.
바람이, 곤충이 있어야 하나부다.
태양을 닮은 꽃이라는 루드베키아.
울집 담 밖에서 소담스레 피었다.
봉우리인 자식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어미의 마음 닮았다.
루드베키아의 일생.
꽃의 저무는 모습조차 그들의 삶이다.
비 내리는 호숫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눈 앞의 것만 바라보던 돋보기를 벗고,
저 멀리 바라보는 시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