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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이유

일상의 이야기

by 별난 이 2021. 4. 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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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구역 집사님 전화가 왔다.

6시간의 수술을 잘 받고 마취에서 깨어 수술실에서 나왔다는 말씀을 전해 주셨다.

허리가 90도로 꼬부라 지셔서 제법 오랜 세월 거동이 힘들게 사셨다.

평생을 청소를 하시며 생계를 이어온 까닭이 아닌가 추측했다.

일찌기 남편을 여의고 두 자녀를 키우자니 그 길이 최선이었을꺼다

 

아침에 병원에 실어드리기 위해 집 앞에 갔더니,

아니, 웬 꼬부랑 할머니가 휠체어에 앉아계신거다.

코로나로 듬성듬성 본 사이 갑자기 확 늙었다.

열흘전 집에서 넘어지셔서 아예 거동도 못하고 계셨다고한다.

그 기간동안 사십후반의 장애가 있는 아들이,

똥 오줌 다 치우고, 식사준비 다 하고, 엄마를 돌보며 청소일을 다녔다고한다.

화장실이 밖에 있으니 그럴수 밖에 없지.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집사님은 차에 올라 타는것도 5분이 넘게 걸렸다.

수족도 달달달 떠시는게 예전보다 훨씬 심해져 있었다.

택시기사분들이 불친절 할 수 밖에 없었을꺼란 생각이 들었다.

택시기사분들의 친절 불친절을 얘기하는거로 보아 짐작된다.

같은 돈을 내고도 대접은 커녕, 오히려 눈치를 보면서 택시를 타야 한다는 것두 불공평하다.

 

어제 시술 받으러 간다며 기도 부탁 하시는 전화를 받고,

라이드를 해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건, 봉사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체득된 나쁜 습관이었다.

그분들의 자율과 독립적인 생활을 최대한 존중해야한다는 생각.

너무 깊숙이 관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겠단 나의 의지였다.

어렵게 결정한 나의 좋은 의도가 오해 받고싶지않고,

감정적으로 힘들어지고 싶지 않고,

물질적인 부분에선, "가난은 나라님도 어찌 못한다" 했듯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기 때문이었다.

 

 

내려드리고 오면서,

차안에서 컹컹 울었다.

아들이 불쌍해서.

가난이 화가나서.

아니, 요즘 세상에 푸세식 공동 화장실을 쓰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요

나라에선 왜 장애인, 저소득자들을 위한 복지는 없는거냐고요

내가, 돈이 많다면, 온수 나오고, 수세식 화장실 있는, 따뜻한 집 하나 턱 사주고 싶다...ㅠㅠ

 

집으로 올라가기전,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한다.

난 감사할 것이 많음에

<감사>해야 한다고.

뒤에서 험담하는 인간들,

다~쓰레기 같은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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