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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아버지

일상의 이야기

by 별난 이 2014. 1. 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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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 아버지는 나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짓고 계신데,

난 감히 두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죄송해서.

내가, 친정에 점심때쯤 들렸다면, 나를 지긋이 바라보시는 아버지 모습을 뵐 수 있었을텐데...

아니, 이집 저집 쓸데없는 케잌배달을 뒤로하고, 친정집을  첫 코스로 잡았다면, 뵐수 있었을 텐데...

아니, 아니, 그제 골절로 팔이 아프시다 했을때, 병원에 억지로라도 모셨다면, 병원에서 무슨 언질이라도 주었을 텐데...

나는 왜, 친정까지 가서 조차, 좀 쉬시겠다는 아버지를 걍 그렇게 하세요~ 하고 그냥 뒤돌아 왔을까...

내가 아버지를 우선순위의 젤 앞자리에 두었다면,

점심약속이 있었어도, 케잌 배달할 집들이 있었더라도,

 마지막 모습을 뵐 수 있었을 것이고,

지금 이순간 후회도 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나를 키우실땐 최고로 키우셨는데,

내가 아버지를 보내드릴땐 최고는 커녕 이렇게 밖에 못보내드려 죄송해요...."

난 아버지의 기대만큼 훌륭한 사람이 되지도 못했고,

가문의 영광이 되지도 못했을 뿐더러,

 보통의 소시민으로 살고 있다...그래서 죄송하다...

조용히 흐르는 눈물은 이런 말을 계속해서 되뇌이고 있엇다...

 

 

 

새벽두시가 되니 진해에서 이모랑 삼촌들이 도착하셨다.

그리곤 갑자기 닥친 슬픔을 어찌 표현해야 할 지 몰라 힘들어 하시는 엄마와 옛이야기로 아버지를 추억하신다.

육군대학시절 우연히 하숙집 우물가에서 물을 긷던 젊은처자의 모습에 반하여 만나게 된 이야기며,

두분 결혼식날  대형 버스가 25대나 동원되어 작은 도시 진해가 떠들썩했던 이야기,-이부분은  아무래도 경상도식 뻥이 쎈거 같다....

어린 나이에 홀로 남쪽으로 내려와 일가친척이 없었던 아버지가 열 형제의 처가집 식구들을 어떻게 섬긴 이야기.

내가 아버지께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지금 당사자들이 사실로 증언하고 있는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아버지가 나를 앉혀놓고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던 시절이 생각이 났다.

아버지 고향 함경남도 안변군 석왕사리 이야기며, 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어찌하여 남쪽으로 홀로 피난 나오게 된 이야기,

할아버지께서 준비해 주신 돈보따리를 사기당하고 생계를 위해 군에 입대한 이야기,

전쟁 이야기며, 간첩잡는 이야기, 처가식구들에 대한 이야기....들....

내가 아버지를 참 많이 존경하고 좋아했었던 기억도.

세상논리에 묻혀 존경하는 아버지를 잃고 살았었다. 참 오랜 세월 동안.

어느덧 내가 철이 들어 다시 아버지 앞에 앉으니...그땐 이미 청력이 많이 떨어지셔서 보청기의 도움으로도  대화를 할 수 없었고,

오랜시간 말 없이 얼굴만 바라 보며 미소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어리석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다 저녁에 아버진 엄마를 은행 심부름을 시키시고, 잠을 주무시다 가셨다.

아마도 당신의 장례비용을 찾아 오시라 해 놓고 맘 편히 가신거 같다고 엄마와 난 추측한다.

칭구들은 이정도면 더이상 편히 가실 수 없느 일이라며 나를 위로했다.

어떤 칭구는 향을 피우는데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며 나를 위로했다.

아무래도 이칭구는 신끼가 있어 보인다.

아무런 맘의 준비가 없었던 가족들이 황망할 뿐이지 아버진  당신의 가실 준비를 이미 완벽하게 해 놓으셨다.

 

 

교회에서 아버지 가시는 내내 예배를 드려주시러 오셨다.

울식구중 유일하게 나만 기독교 신자인데, 걍 내 맘대로 기독교식 장례를 치르겠노라고 했기 때문이다.

교회 식구들 얼굴을 대하자, 갑자기 내 맘이 스르르 놓였다. 마치 무인도에 혼자 있다가 아는 사람을 만났을때의 그런 안도감이다.

게다가 목사님은...매 절차마다  아버지같이 든든한 기둥이 되어 주신다.

난, 이렇게 열심히 교회일에 쫓아다니지 않았는데, 참 감사하다...

앞으론 잘~ 해야지... 작심삼일 될지 변덕이 될지 모르지만,잠시 착한 생각을 한다.

 

 

그렇게...

울아버지는

나라에서 참전 용사들에게 해 주는 예우를 받으며

훈장수여자가 받는  예우를 받으며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들어가셨다.

가시는 순간이 되어서야 아버지가 나라에 참 훌륭한 일을 하신 분. 이셨다는걸 알게된건 내겐 슬픈 일.이다.

아버지의 진정한 무게를 이제 알게 된것 또한 자식으로서 슬픈일.이다.

.

.

.

 

 

이제야 비로소 사진속 아버지의 미소를 바로 바라볼 수 있다.

나를 향해 지긋이 미소 지으시고 계시다.

사랑의 미소. 말이다.

아버지..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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