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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이야기

일상의 이야기

by 별난 이 2007. 10. 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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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일주일에 한번은 꼬옥 삼겹살을 먹어줘야하고,

두어번은 떡볶이에 순대를 위로 보내 줘야하는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질긴 등심 숯불구이보다는 양념갈비가 더 맛있고,

달큰한  불고기 보다는 삼겹살이 더 좋은 사람이다.

 

근데, 외식때마다, 가벼운 지갑 생각해서 삼겹살을 시키면,

남편은 항상 "돼지 같이 돼지만 조아해" 하는 멘트로

나의 식성을 은근히 비하하며, 입맛을 싸악 가시게 하곤 했다.

 

그렇게 산 세월이 벌써 18년인데,

그런데... 내게... 반전의 기회가 왔다.

 

느닷없이 소 곱창을 아주 맛있게 하는 집을 알았다고 했다.

무쟈게 맛있으니, 함 가보자고 했고...

 

난 솔찍이 내키지 않은 메뉴였으나,  내가 누군가>>

음식솜씨는 빵점이나, 무엇이든 맛있게 먹는 타고난 특혜= 식성을 가진 탓에

언제, 어디서든, 맛난 외식에 성공 하는 사람 아닌가...

구래서 우리 식구는 서초동 어디쯤에 있는 그 식당을 찾았다.

저녁시간이라 사람들로 인산 인해인  그 식당에서 우린 구석에 자리잡고 앉았었다.

일인분에 사만원에 육박하는 급 고급 곱창을 식구수대로 사인분 시키고 나서

쬐금 아찔 했고

접시에 담겨져 나온 사인분의양을 보고 마니마니 아찔햇다.

두세접시는 먹어야 내 위가 만족할 것 같았으므로..

 

극도로 아껴먹어야겠단 생각에 한점 쏘옥..

물컹하면서 질겅이는 느낌이  아주 곤혹 스러웠으나,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비싼 곱창을  연기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맛나게

먹는 모습에 나라고 못 먹을 이유 없다고 순간 생각 했다.

 

그러나...'맛있지'를 연속 날리며, 나의 동의를 구하는 남편을 보면서,

지금이, 복수, 바로 그 순간이라는 생각이 떠올라

약간 참는 표정으로 '으응~~ '하며, 쬐금 아니다 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나머지는... 아이들이 "느낌이  이상해요, 다른거 쇠고기 먹어요" 하며 거들었을 뿐이다.

......

......

...... 

그날.. 우리는 한접시 이상 시키지 않았다.

그의 입맛이 싸악 가신것 같았으니...

 

난 남편에게 식사를 같이 하는 사람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 거다.

외식때마다 우리를 얼마나 입맛가시게 했는지도..

얼마나 재?수 없는 외식 파트너 였는지도...

 

우하하하하하

속이 후련했다.

 

결정적인 멘트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집에서 젤 돼지 같은 사람은 당신 이거던...

이상한 음식 좋아하는 사람은 성격도 이상하다던데...하고..

아무도,,, 아이들도, 남편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건 동의의 의미였다.

 

물론, 난 남편을 사랑한다.

그의 성실하고 정직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모습에 감사한다.

 

다만,완벽한 행복에 부족한 2프로를 채우기위한 노력을 했을 뿐이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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