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매너는 인격

일상의 이야기

by 별난 이 2025. 4. 9. 00:44

본문

 

어느날 톡이 툭. 왔다.

친구 아들 결혼 청첩이었다.

그리고, 여자 동창은 나만 초대했다는 부연이 있었다.

울랄라~

난 보통 장례식장엔 예의를 갖추지만

결혼식장은 패쓰하자 주의다.

근데, 우짜지??

 

왜 나만??

총동창회 일을 맡아 준데 대한 예의?

그거 말고는 그와의 접점은 딱히 없다...

더 친한 여동창이 부재중이어서??

몰겄으~~

난 내 원칙에 예외를 두기로 했다. 

 

 

막상 식장에 도착하니, 친구들이 아주 많이 왔다.

이름이 없어 테이블에 자리를 잡지 못한 친구들은 호텔 탑 라운지에서 식사를 했단다.

 

예식이 끝나자 테이블위의 꽃들을 주섬주섬 챙겨서 내게 준다.

어떤 친구는 우리 테이블의 꽃을,

어떤 친구는 다른 테이블의 꽃을, 

어떤 친구는 꽃을 여밀 종이를, 

또 어떤 친구는 끈을...

순식간에 헤쳐모여 한듯 각자 자기의 일을 하고는 내게 꽃을 한아름씩 안기는데...

꽃이 산더미다.

각자의 성의가 있으니 뿌리치질 못하고 양손 가득 들고 내려오는데,

다시 말하지만,

나 꽃 시러해...

이건 내 스딸 아녀~~

머 들고 오는것도,

욕심스럽게 잔뜩 한아름 싸갖고 다니는 것도....ㅠㅠ

 

한 친구는 택시 잡는 곳까지 따라와 주었다.

택시가 오길 함께 기다려주고

택시에 꽃을 실어주고는 휘리릭 갔다.

 

그의 매너가 보였다.

평생을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코로나때 한국으로 들어와 정착을 했는데,

외국 생활 동안의 매너가 몸에 배어있는게 보였다.

어떤 삶을 살았을지가 보였다.

개구쟁이 내 짝꿍이었는데 말이다.

대박 멋있게 늙었다 생각했다.

 

이러케나 많이 ...우리집 구석구석을 밝히고

향기까지 뿜어낸다...

난 나의 성의를 다했다.

매일매일 물을 갈아주고, 떡잎을 떼 주고, 햇빛을 쐬주며

매너에 대해 생각했다.

삶의 품위에 대해 생각했다.

'일상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셸앙리  (0) 2025.04.09
하얏트테라스뷔페  (0) 2025.04.08
서리풀공원  (0) 2025.04.07
출판기념회  (0) 2025.04.07
Life and Shadow  (0) 2025.04.0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