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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이야기

by 별난 이 2024. 8. 1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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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이 인사이동되어 가면 모든 일이 마무리될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새 목사님이 오시면, 또다시 시작이었다.

인수인계가 있었을 거고,

이전 목사는 자신의 잘못을 인지했으나

그걸 드러내 놓고 선배 목사에게 인계하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나를 함께 따시켰던 지역의 멤버들은

새 목사님이 부임하자마자 부리나케 식사를 대접했단다..

아마도.. 그것이 그들의 삶의 지혜지 싶다.

좋은 이미지를 1착으로 쐐기 박아놓는 거 말이다.

 

총무권사님이.. 담주는 나더러 식사를 대접하란다.

누구에게 부담 주는 말씀을 극도로 조심하시는 분이다.

나에게 기회를 주는 거였다. 

그 기회를 사용할는지, 버릴른지 고민에 빠졌다.

 

내가 나를 설명하는 거, 여지껏 안 하고 살았다.

내가 나를 해명해야 하는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 

나를 이런 상황으로 내 몬  사람은 교활하다.

 

분가시켰고, 독립시켰고, 그래서 내 영역에서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아직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신경이 쓰이는 거 보니..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 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그러기로 결정.

 

 

수요 예배 때, 어디선가 고운 목소리로 찬양이 들렸다.

내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의 고운 선율로 돼지 목따는 내 목소리를 감싸는 거  말이다.

저 고운 목소리가 마치 내 것인 거 마냥 착각하게 한다. 

귀한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고 살펴보니, 바로  내 옆 자리였다.

띄엄띄엄 앉기에 바로 옆이어도 바짝 옆이 아니다.

긴가민가 다시 한번 더 쳐다보다 눈이 마주쳤다.

거 무신 일이요~ 하는 표정.

환한 미소로 답했다. 

미소만으론 부족하다 싶어, 그분을 향해 내 손을 내밀었는데,

그분의 손은 요지부동이다.

이왕 빼 든 손으로, 꿩대신 닭이라고, 대신 팔이라도 잡았다.

스킨십. 이거이 난 참 중요하다 생각한다.

말의 온도 대신 내 체온을 전하는 거다.

예배 중 잠시 포즈 순간에, 귀에 대고 속삭였다.

"목소리가 좋으셔서 제가 행복합니다"

 

'그대로 인해 매우 행복합니다'.라는 메시지는 꼭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대의 존재 어떤 부분이 나에게 긍정의 힘을 준다는 걸 그대가 안다면,

메아리 되어 그대에게 헤쳐나갈 용기와 힘, 그리고 살만한 긍정의 힘이 될 것이니 말이다.

설사 이미 용기 충만하고, 힘 넘치고, 충분히 긍정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는 나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역할을 해야 했다.

 

예배 후 식사 약속 땜에 후다닥 자리를 떴다.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그녀를 쳐다보니, 어라, 나를 찾는 눈치다.

얼른, 그녀에게로 되돌아가서 악수를 나누었다.

긴 얘기는 할 수 없었다. 시끄러웠고, 서로 오가는 동선이었고,

내 목소리는 파묻히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건,

실로 1년여 만에 내가 활짝 웃었다는 것.

나도 놀랐다. 1년 동안이나 웃지 않았다니.

어색해서, 쑥스러워서, 웃었으나, 종국엔 진심 기뻤다.

 

목사님과의 식사시간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깨기 위해 아까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내가 기뻤다는 포인트였다.

일 년 만에 활짝 웃을 수 있었다는 게 큰 포인트였다.

그러나.

목사님의 포인트는 달랐다.

목사님 발령이 공고되자마자, 그분이 문자를 보내오셨단다.

당신의 어려움을 담은 문자였을 것이다.

그런데, 얼굴도, 이름도,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이, 옆에 앉았다가 딱 필요한 말을 했나 보다.

소름이 돋았단다.

 

 

하나님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문제를 푸셨다.

무슨 말을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해명할지, 설명할지,

내 생각과 방법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는 동안,

당신의 방법으로,

가장 나다운 모습을 픽해서, 가장 필요한 부분을 어필하신 거다.

 

아 놀라운 하나님.

그분의 생각과 해결방법은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이런 놀라움을 마주하는 건 참 큰 기쁨이다.

우리가 그분을 떠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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