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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엔 오이지

일상의 이야기

by 별난 이 2024. 5. 2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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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5월은 오이지 담그는 달.

울 집에서 오이지를 먹는 사람이 달랑 나 혼자라 할지라도, 

매 해 그 일을 거르면 왠지 머 하나를 빼먹은거 같은 찝찝함 때문에 연례 행사가 되었다.

 

오이지 50개 중 40개만 쓴다.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닦아 준다.

씻는 과정에서 천일염으로 비벼 닦는 일은 하지 않는다.

상처가 나면 안되기 때문.

 

오이 40개

천일염500g

설탕 500g

식초 500g

소주 약간. 삭인 고추 몇 개. 혹은 청양고추 몇 개.

 

천일염과 설탕을 식초, 소주에  잘 저어 녹여준다.

녹인 소금물을 오이에 부어준다.

12시간 정도 뒤, 오이를 아래 위로 섞어 주어 모든 오이에 소금물이 골고루 묻게 한다.

물 한 방울 섞지 않았으나, 오이에서 나온 수분으로 이정도의 물이 생긴다.

그대로 딤채 행.

 

 

어제 오랜만에 마트에 갔더니, 열무랑 얼갈이가 각각 1포기씩 남았었다.

나, 쇼핑 마스터, 그게 머든 꼭 떨이를 해 와야 직성이 풀린다.

내가 왜, 그걸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건지...ㅠㅠ

구지 나 아니어도 되는구만.. 

이제 그만 내 오지랖을 버리고 싶다.

 

열무랑 얼갈이는 씻어서 잘라 놓는다. 절이지 않는다.

물과 비스므리한 농도로 옅은 밀가루 풀을 쑤고, 액젓이랑 천일염으로 간을 좀 세게한다. 

감자를 삶고, 양파를 갈고, 냉동실에 맛없는 사과 배 갈아서 얼려 놓은것을 녹여놓는다.

여기에는 천연의 단맛이 중요하다.

거름망에 삶은 감자, 간 양파, 간 사과 배, 매실청, 고춧가루를 걸러서 밀가루 풀에 섞는다.

열무와 얼갈이를 통에 담고 켜켜이 밀가루 풀을 끼얹어 준다.

8시간 쯤 지나면, 아래 위를 섞는다. 이때 살살 터는 느낌으로,  '살~살'이 중요하다.

많이 주물럭 대다간 풋내가 나서 버려야한다.

몇 년째 실패했다. ㅠㅠ

두어번 섞어주고, 서서히 익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딤채 행.

 

작년 김장때  얼려 놓았던 양념이 있었다.

거기엔 생새우도, 생굴도 듬뿍이었는데, 양조절에 실패하고, 간 조절에 실패하여

많이도 남았었다.

그걸 이번에 몽땅 써야겠다고 생각.

 

김치 담그고 남은 쪽파는, 꽃게 액젓을 많이 넣고 버무려 파김치,

오이지 담고 남겨 놓은 오이 10개는 썰어서 부추 듬뿍 넣고 오이소박이.

오이김치 담고 남은 부추는 부추 김치로 재 탄생했다. 와우~

 

내가 좋아하는 총각김치도 담궜다.

달랑무가 지금 제 철이 아니긴 해도, 머 어떠랴~

달랑무는 손질이 전부다.

깨끗이 다듬어 통째로 설탕1과 천일염1 의 비율로 버무려 절여준다.

총각김치는 살짝 달아야 맛이 있다. 내 생각.

 

이제 일이 다 끝났나 했더니만,

울랄라...

주문해 두었던 쌈 채소가 하루 일찍, 오늘 도착했다.

지난 해 야채가 비싸 푸른잎 채소랑 담 쌓고 살때도, 이 쌈채소 만은 

우리 주머니 사정을 배신하지 않코 따박따박 처음 가격 그 대로 배달이 왔었다.

이제 다시 푸르름의 계절이 왔으니

당연히 옆에 두고 매 끼니마다 부자 부럽지 않게 먹을 참이다.

 

 

울랄라~

이게 무신 일인지.

강원도 놀러 갔다가 생각났다며

취나물을 보내왔다.

내가 불량 주부인걸 아직 모르시는 모양이다.

지난번 울릉도 갔을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울릉도 특산물인 나물들을 몇 박스씩 사느라 바빴는데,

나는, 뒷짐지고 구경만 했었다.

거, 어케 해 먹는지 몰러유~~

근데, 이건 어케 해 먹어야 했다.

 

첫 번째,

취나물.

봄의 전령이니, 나물은 당연하다.

냉동실에서 놀고 쉬고 있던 들깨가루가 열 일 했다.

취나물처럼 향이 센 나물을 중화하는데 들깨가루만한게 없다.

 

취나물 밥.

유투브가 갈켜줬다.

살짝 삶고,

들기름에 무쳐서,

쌀 위에 얹어 밥을 지었다.

거 강원도 갈때마다 입맛을 돋궈 주던 곤드레밥이랑 그리 다르지 않았다. ㅠㅠ

 

 

취나물 장아찌도 함 담아 봤다. 우찌 될른지...몰겄다.ㅎ

까나리액젓1, 설탕1, 식초1

고추 장아찌 담글땐 이 공식인데,

오늘은 연약한 잎채소라, 물을 좀 섞었다. 간이 적당할 정도로.

이것도 근거 없는 내 방식.

 

 

오늘 저녁 한 상.

 

아들은 고기가 없다고, 식사에 소극적이다.

남편은~?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애쓴 수고에 대한 예의는 지켰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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