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기다렸다. 아침 일찍부터 눈이 떠졌다.
10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내 수험번호를 찍고...두두두두두 심장이 잠시 떨렸다.
짧은 순간, 그동안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총동창회 재무이사를 맡고, 엑셀이 시급해졌다.
돈 관리는 비교적 철저한 편인데, 회계 보고를 할 때마다 문서를 만드느라 곤욕을 치렀다.
그렇다고, 일하는 후배에게 자료 보내주면서 엑셀을 만들어 달라 할 수 없었다.
남들 다 하는 엑셀을 모르다니...
누구는, 3시간이면 가르쳐 줄 수 있다 하고,
누구는, 배워놓고 쓰지 않으면 도루묵인데, 머할라고 배우느냐 하고,,,
재무란, 돈 관리 잘 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걸 잘 기록하는 것 까지가 내 역할이다.
내 할 일은 내 선에서 하자..는 생각이었다.
이제나 저제나 배워야지, 해야지...하다가 어느덧 1년도 넘게 후딱 지나버렸다.
누가 여성가족센타 강의 안내서를 무심코 툭 전해준다.
그리곤, 우리 나이엔 IT를 배워야 한다고 한다.
그분은 내 상황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몇 개의 강의를 때려치우고, 사람들도 정리하고, 시간이 널널한걸 말이다.
그러치...
배워야 할 게 있었지... 엑셀.
그런데, 아뿔싸.
이번 학기엔 자격증 반밖에 없는 거다.
또다시 3개월을 기다리다간, 내 재무 임기가 끝날 판이다.ㅠㅠ
일단 들으면 머라도 배우는게 있겠지 하는 맘으로 수강 신청을 했다.
수업시간동안 몇 번씩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매 순간순간이 도대체 암 껏도 못 알아먹겠더란 얘기다.
별나라 말씀이요 다른 세상 언어였다.ㅠㅠ
다행스러운 건 강사님이 매번 내 자리로 오셔서 막힌 곳을 일일이 해결해 주시는 것?
으르신 교육은 이런 밀착 수업이 정말 필요해 보였다.
이곳에서도 내가 젤 으르신이다.ㅠㅠ
언젠가부터는 젤 앞자리에 앉았다. 강사님 왕래하기 편하도록. ㅎ
다른 학생들에겐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전했다.
3개월 수업 후, 엑셀 기초반이 열렸고, 난 또 수강을 했다.
그제야 스무스하게 귀에 들어오는 엑셀의 abc....,
비로소, 등줄기에서 흐르던 땀이 멈췄다.
그러나 수업시간에 선생님을 불러대는 일은 여전했다.ㅎㅎ
그리고 다시 3개월 후, 엑셀 자격증반을 수강.
여기 시스템이, 기초--자격증--기초--자격증이다.
어리어리하게 엑셀이 ㄱ감이 잡히긴 하지만, 아직 잘 몰겠으니, 또다시 재수강.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이 자격증에 도전을 한단다.
나, 여기서 배우고만 말 것인지, 자격증을 도전해야 할는지, 고민의 시간이 왔다.
몇 해 전에는 사진작가 도전을 했었고, 우찌 되었든, 작가 회원이 되었다.
올 초엔 노인심리 자격을 공부했고, 나두 남들 따라 자격증을 땄다.
끝까지 배우고, 자격증도 따 놓으라 했던, 어느 권사님의 말씀이 여전히 귀에 남아있다.
셤을 한 달 앞두고는
모든 약속을 피했다.
하루 2개씩 어떤 때는 3개씩 모의시험 연습 문제를 풀었다.
채점도 돌렸다.
걍 풀을 때는 까이꺼, 쉬웠는데, 막상 매크로를 돌리니 어라~? 점수가 생각보다 안 나오는 거다.
채점을 컴터가 하니, 입력되어 있는 대로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으면 죄다 감점인가 보다.
사소하게 자리가 달라도 감점.
그 메커니즘을 알게 되니 점점 더 무서웠다.
시험을 칠까 말까 하는 결정이 늦어진 바람에, 집 근처 시험 장소는 이미 종료 상태.
접근성이 매우 까다로운 시험 장소 밖에 없었다.
다행히 윤쌤 집 근처라
셤 보구 윤쌤이랑 점심 먹구 놀다 오면 매우 완벽한 스케줄이라고, 나름 낭만적인 생각을 했는데,
마침 그날, 캐나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이란다.ㅠㅠ
마침 그날, 남편도 등산 동호회 모임이다...
이뤈~~
셤 당일.
윤쌤 댁에 주차를 해 놓고, 학교로 갔다.
고사실을 확인하니, 보편적인 번호매김이랑 다르다.
3으로 시작하면, 3층, 4로 시작하면 4층ㅡ이런 보편적인 패턴 말이다.
고사실은 305호실인데, 4층이라 안내되어 있었다.
1층 로비엔 엄마, 라이드 해 준 친구들, 이런 사람들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난, 1층 로비에 앉아 내 수험표 속 교실 호수를 다시 확인.
요샌 보고 또 보고 해도 까먹어 실수 연발이다.
층계를 오르다, 몇 층까지 왔는지 까먹었다.
분명 계단에는 층 안내가 있었는데, 그래서 여기가 4층이라 생각했는데,
내 뒤에서 올라오던 어떤 학생이 위층으로 올라가길래...
'학생, 여기가 4층이야.' 하구 끌고 오려다가,
'에구 오지랖이지...' 하다가,
'어라? 여기가 4층이 아닌가??' 하구 따라 올라갔다.
결국, 그 학생은 고사장이 아닌,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엄마는 1층서 기다리던데, 아들은 중간에 샌건가?? ㅠㅠ)
아. 뿔. 사...
난 다시 1층으로 내려와,
고사실을 못 찾겠다고, 잔뜩 쫄은 얼굴로 도움을 청해야 했다.ㅠㅠ
결국 그 선생님의 에스코트를 받고, 극적으로 고사실 입장. ㅠㅠ
창피.
컴터로 수험표를 불러오는 것도, 전송하는 것도 몰라, 옆 사람에게, 안내 선생님에게, 몇 번을 물었다.
물론, 그 고사실 에서도 내가 젤 나이가 많아 보였다.
두 번째 난관이었다.
시험은 평이했다.
마치 500점 만점에 499점 나올꺼 같이 말이다.
피벗을 체크하는데, 어라? 문제랑 내 꺼랑 다르다?
내 답을 두 번이나 체크해도 이상 무.
'제1작업'을 확인하니...
울랄라... 거기서 오타 발생.
'제1작업'도 2중 체크를 했구만, 딱 한 줄, 방심한 곳에서 오타가 생긴 거다.
그 오타로 인해 피벗의 분류가 틀어진 거였다.
시간을 체크하니, 아뿔싸. 종료 1분 20초 전..
5분 정도 남았다면 모를까,
1분 20초는... 틀. 렸. 다.
걍 피벗 80점을 포기해야겠다고 결정.
3번째 난관.
집으로 오는 내내..
이 시험을 재 도전해야 하나, 여기서 B등급으로 멈출 것인가, 고민을 했다.
남편은, 포기하지 말라 한다.
누군가는 '이거 어따 쓸 건데?'
9개월이나 배워서 결과가 나쁘면 기분 나쁠 거 같아, 나름 열씨미 했는데,,,,
또 셤을 봐야 한다고??ㅜㅜ
또 교실을 못 찾을 까봐 겁나고,
수험표 불러오고, 전송하는 것도 기억이 당최 나질 않는데, 마치 시험이 처음인 것처럼 또 물어봐야 하나?
내가 쫄보가 틀림없다.
멍충이 임이 틀림없다...ㅠㅠ
그러나 말입니다.
오늘, 그 숱한 멍충이 짓을 뒤로하고,
A 430점 합격 통지서가 떴다.
아마도..1 작업의 오류는 1작업 점수에 국한하는가 부다.
우째든, 한 30초 행복했다.
그동안의 고생한 보람이질 않은가??
여기저기 자랑을 할라치니,.,
딱히 자랑할 데가 없다.
어젯밤 내 시험을 격려해 주던 친구뿐.
그래도. 30초간 방출된 도파민으로, 앞으로도 쭈욱 도전을 해 볼 참이다.ㅎㅎ
여긴, 얼마 전 다녀온 화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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