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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야기

by 별난 이 2023. 8. 16.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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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딸내미 결혼식이 다가오는데. 허옇게 샌 머리가 거슬린다.

염색을 하러 집을 나섰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을꺼구만,

남의 잔치에 내 머리 염색은 왜 하니...ㅋ

 

버스 정류장을 향해 가는데, 전철역 앞에서 옥수수 할머니의 눈과 마주쳤다.

한동안 옥수수에 삘받아 거의 매번 옥수수를 사들고 집에 들어갔었다.

어느 날은 졸고 계신 할머니를 깨우고,

어느 날은 그늘 찾아 마실 가신 할머니를 쫓아가서,

어느 날은 재고 없음에 안타까워하며...

그렇게 낯이 익었을 터다.

그 삘이... 지금은 다른 먹거리로 바뀌는 바람에 한동안 옥수수를 찾지 않았다.

근데, 할머니랑 똭!! 찌리릭~~

지금은 어느 때???

옥수수를 살 때.ㅋㅋ

 

미용실 사장님은 내가 갈 때마다 당신의 먹거리를 나눠주셨다.

내가 늘 바쁘게 들른 탓도 있지만,

머든 주는 대로 맛있게 잘 먹어치우니, 눈치상 점심을 거르고 왔다 생각하신 지도 몰겄다.

밥보다 간식을 더 좋아하는 걸 모르는 건지도...

늘 당신 먹거리를 뺏어 먹기만 했으니, 기회는 이때다,

오늘 그 반에 반에 반이라도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옆의 졸고 있는 야쿠르트 아주머니도 깨워 마실 것도 담았다.

 

미용실에 들어서니 손님 한 분이 계시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어찌 보면 손님이 나란히 있는 게 당연한 상황인데, 예상치 못했다. 에구 밍구.

따뜻한 때 먹어야 하니, 그 손님께도 권하고 옥수수 4개 중 3개를 먹었다.

한 개가 남았다. 마지막 한 손님이 들어왔다. 그분께 남은 옥수수를 권하려고 하니,

어라? 옥수수를 담은 까만 봉지가 없어졌다.?

에라 모르겄다...

옥수수를 먹느라, 이야기 듣고 얘기하느라, 염색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게 빠르게 끝났다.

마치고 나니, 슬그머니 까만 봉투를 내미신다.

남은 한 개를 챙겨놓으셨다가 주신 거다.

아...

이 분이 아무한테나 헛헛한 분이 아니신 거다.

나한테만 먹거리도 챙겨주고, 당신의 간식도 나눴던 거다. 

.

.

.

 

 

오래전의 일이다.

그날도 염색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

문자가 띠릭. 왔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정산을 하는데, 5만 원이 남는단다.

현찰을 낸 사람이 나뿐이니, 내가 더 내고 간 것 같단다.

근디, 나, 지갑을 뒤진 들, 5만 원 한 장을 더 냈는지 덜 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거다.

요즘 누가 현금을 쓰나? 카드로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지갑엔 언제 찾아놓은 건지 모를 돈이 들어있으니, 그 금액까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게 당연지사다.

단지 미용실에는 현금을 내는 습관이 있을 뿐이다.

나, 정확하게 제대로 지불했을 테구, 확인할 방도가 없으니, 기냥 킵 하시라는 내용으로 답을 보냈다.

그랬더니, 내가 범인이 맞다면서 구지~~계좌로 돈을 부쳐주셨다.ㅠㅠ 

난 갑자기 바보가 된 것 같기도, 꽁돈이 생긴 것 같기도, 애매한 기분이었다.

케잌 쿠폰을  보내드렸다.  아무래도 나눠야 할 것 같아서...ㅠㅠ

.

.

.

 

오늘,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여있던 바나나 두 개, 

것두 허겁지겁 들를 나를 주려고 일부러 챙겨 들고 나왔을지 몰겄다고 생각했다..

마음 한 구석이 따땃~해지는데,

퍽퍽한 세상, 이래서 또 살 만하구나 생각이 든다.

저 짝에서 받은 상처, 이 짝에서 반창고 대령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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