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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첫눈 오는날

여작반

by 별난 이 2022. 2. 2.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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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사진작가 전국 회원전의 지부 출품작 두 장을 프린트 하기 위해 충무로에 나갔다.

내 작품은 이미 프린트 되어 내가 가지고 있던 터다.

나완 상관 없지만 지부의 일로 심부름차 나간 거 였다.

사진을 하면서부터 충무로와 친해지기로 했다.

자차 말고 뚜벅이로 전철역 충무로역으로 가는 걸 어려워 하지 않기로 했다.

사족이지만 지병으로부터 탈출하고자,  걷기조차 힘들때

운동삼아 시작했던 게 사진 이었다.

아직까지 뚜벅이가 두려운 이유이다.

 

아침부터 내리는 눈발은 대설을 예고하고 있었고,

눈 내리는 날 목동 소재 사진작가협회 본부까지 가는 일은 괜한 수고라며

포토랜드 대표님이 접수를 대신 해 주시겠다고 했다.

오랜 인연이 따뜻함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의 커다란 통 창을 마주하고 앉았다.

창 밖은 소담스럽게 내리는 눈으로 나를 온통 감동시키고 있었다.

심부름으로 라도 나왔으니 이런 눈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거라 생각했다.

이 순간 만큼은 행복을 누린다.

 

바로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에세이문학 입니다.

선생님의  <그릇이야기>가 << 에세이문학>> 2022년 봄호에 초회 추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뻤다.

순식간에 휘리릭 일어난 일이기에 놀랐다.

마치 흰 눈이 가져다 준 행운 같았고.

그동안의 봉사에 받는 선물 같았다.

 

<<에세이 문학>>에선 총 2회에 걸쳐 추천을 받아야 등단이 되는 곳이다.

그 중 첫 회에 추천을 받았다는 것이다.

시작에 불과한 것 임에도, 더 크고 중한 일이 남아있음에도,

그저 기쁘기만 했다.

 

하얀 눈 탓에 마음이 몽실몽실 해 진 순간이라 그런지 눈물이 흘렀다.

바로 엊그제 친구이야기로 심화반 노 선배들에게 호되게 크리틱을 받은 후로 마음의 벽이 두꺼워진 차 였다.

그 와중에도 우리 입문반 학우들과 교수님의 한마음으로 나를 위하는 마음은 충분히 따뜻하게 전달되었다.

아마도...

약자를 향한 보호, 힘의 횡포에 대한 방어였을것이다.

같은반 학우에 대한 의리 이기도 하공.

내 글을 대신 담담히 읽어 내려가는 J씨의 목소리에서 조차 나를 염려하고,  잘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배려라 생각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완성된 에세이를 써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그냥 내 주변의 이야기를 일기쓰듯 써 내려간 것 뿐이었다.

단지 생각을 정리한다 생각했다.

나의 그동안의 글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달랐다.

완성된 작품을 제출하고 크리틱 하는 수업이었던 것이다.

암 투병을 하고 있는 학우의 생각은 또 달랐을 것이다.

그건 그녀의 삶.이다

이 수업에 그녀가 참석하는지도 모르고, 암투병 중인지도 모르는 시점에 교수님께 보내진 원고였다.

 

글을 씀으로써 친구 이야기는  마무리되어 넘겨진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내 감정은 추스릴 수 없게 되었다.

감정은 숙제로 남겨진것 같았다.

그러던 차의 에세이문학으로부터의 전화는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눈물은 브레이크 없이 마구 흘렀다. 마치 허락을 받은 듯.

분명하지 않는 이 눈물의 의미는 무얼까.

결혼 후 삼십 여년 동안 이름 석 자를 잊고 산 탓일까.

울 아빠가 가계의 돌림자를 딸인 내 이름에 넣으시고

당부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여자여도 네 이름 석자로 살거라'

 

나이가 드니 이젠 내 감정선을 분류하기가 모호해진다.

모르겠으나 일단 맘놓고 울어보기로했다.

눈물은 마음을 정화하는 기능이 있으니, 정신건강에 좋다.

 

 

눈,

친구,

에세이 문학,

나의  눈물샘을 자극한 삼종 세뚜.

 

어제 도착한 에세이문학의 '축하전보카드' 를 받고

1월 19일의 일을 기록해 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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