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이다.
속좁은 울남편이 어디에 꼬이셨는지 모르겠으나
그즈음 "오십이 넘도록 김치한번 안담가본 뇨자"를 흉보고 다니고 있었다.
그뇨자는..
흥,
바로 나, 겠지....
내가..
장점이 많은 여자인데...
그많은 장점을 뒤로하고....
구지 단점을 꼽아보자면....
성질이 좀 울퉁불퉁 하다는점...과
음식을 잘 못한다는 점.... 으로 요약해 볼수있으나...
가까이에 음식솜씨 만점의 친정엄마가 사시는 관계로 전~~혀 불편함을 못느끼고 살아왔고...
제천으로 내려옴으로 해서
연세많으신 친정엄마 신세를 더이상 질 수 없어서
이곳에선 갖가지 양념을 일년치씩 준비하는등, 본격적인 전업주부다운 면모를 갖추어가며 살고 있었으나,
단 한가지...
김치는...
아직...이었다.
속좁은 울남편 지치지도 않고 마눌 흉을 계속 보고 다니기에
꺼리를 단칼에 잘라버리겠다는 비장한 결심으로
열무김치에 도전....뚝딱 성공.
깍뚜기에 도전하여...것두 성공...
배추김치에도 차례로 성공함에 힘입어
김치...그 대단원의 결산...인 김장을 해 보기로 결정했다.
큰맘먹고 하나로 마트를 갔더니 아, 글쎄 그날따라 배추를 회원특별세일을 하고있었다.
게다가...김치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한자리에서 팔고 있는게 아닌가???
제철에 멀 한다는건 이런 계절의 흐름에 따른 문화에 동참하는 흥분된 기대가 있어서 좋았따...
명절에만 음식장만하고 차례상 차리면서 전통문화가 있는게아니라
김장철엔 배추 장만하고 젓갈장만하면서 맞이하게되는 김장 문화가 있고,
입시철엔 새벽기도와 백일기도, 엿, 그런 입시 문화가 있는거고....
머 그런 게 다 문화인거 같다.
매우 소중한...
최소 5망 이상은 사야 배달이 된다는걸, 구지 글케 많이 필요없다며 3망만 사갖고 집으로 왔더니...
간섭쟁이 울 친정엄마....넘 작으니 몇망 더 사야한다며...잔소리 보태셔서...
다시 두망을 더 사다 날라야했다...ㅠㅠ
며칠전부터 야채며 부속재료를 다듬어 놓고
레시피도 귀동냥으로 들어놓고....
배추를 절이기 시작...배추도 싱싱하고, 아, 신안 천일염으로 소금도 훌륭한데,
아뿔사... 김장을 해 본 적이 없으니 마땅한 큰 그릇이 없는게 아닌가....
소쿠리도, 그 흔한 고무 다라이도 없었다....
얌전히 손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저 어여쁜 배추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이미 사다 놓은 저 많은 속재료들을 위해서도...
더이상 이 중차대한 대사를 미룰 수는 없었다.
그래서 걍...하는수 없이...욕조를 빌려쓰기로 했다....ㅠㅠ
울딸이...
엄마~~~욕조 깨끗이 씻긴 하셨어요????
구래....퐁퐁으로...
내가 개시도 안해본 욕조인데, 배추가 개시를 하네요~~~~
이건또 먼 소리???
맨날 샤워만 하다보니 욕조를 단 한번도 사용해 본 적 없다는....머 그런 말씀이다....ㅋㅋ
속재료를 썰다가...왼손엔 칼집이, 오른손엔 물집이 잡혔다...
본격적인 김장을 시작 하기도 전에 손을 다치는 바람에...
양손에 반창고 붙이고 비닐장갑을 끼고...그렇게 친정엄마 도플갱어가 되어 배추를 버무렸다...
요즘..
애써서 어렵게 담근 내 생애 첫 김장....그는...
식구들의 여전한 무관심과 외면,그리고 냉대속에
나만... 장보고,나르고, 절이고, 씻고,버무리며 담근 성의가 안타까와 열씨미 먹고 또 먹고 있다...
아....그때...
남편의 투덜거림에 두 귀 딱 막고 모른척 했어야 했다...
아님, 빽 소릴 질러 기선 제압을 하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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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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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아무래도...
낚인게 분명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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