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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

일상의 이야기

by 별난 이 2012. 10. 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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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멀리 미국서 날아온 칭구와 또다른 칭구들과 판교 쇼핑을 하기위해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9:40 버스표를 예매한 지라, 잠시도 기다리는걸 싫어하는 나는 딱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버스 중간 정거장이 집에서 딱 오분 거리인것에 매우 감사하며 따닥따닥 들리는 내 구둣소리를 들으며...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장면이 떠오른다...

집 전화기 옆에 놔둔 나의 핸펀...장면이다...

아, 좀전에 권사님과 어제 소천하신 안수집사님  문상이야기며 조의금 이야기,,,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급하게 전화를 끊고, 에고 늦었네...하믄서

 걍 몸만 빠져나온것이다.

핸펀을 수시로 놓고 다녀서 그것이 없을경우 내가 겪을 불편을 너무 잘알고 있는 터라....순간 당황이 되었다..

그러나...집으로 돌아가는데 2분, 다시 걸어나오는데 5분, 따닥따닥을 따따따따로 바꿔 달려도

이미 소비한 2분을 제외한 3분내에 버스를 탈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이다.

걍, 버스를 타자...

이럴때...좀 후회가 된다.

좀 일찍일찍 다닐껄....하고

그러나 다시 생각해도 난 절대로 기다림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을것이다...ㅠㅠ

못된 성질머리...

 

 

핸펀이 없으니 많은 불편함이 겉으로 드러났다.

일단....시간이 어케 흐르고 있는지 도대체 알 수 가 없다...ㅠ

전번도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지하철 노선 조차도 서칭할 수가 엄따.

어느 누구와도 소통이 불가하다....

새삼 우리가 핸펀에 얼마만큼이나 의지하며 살고 있는지...

핸펀에 노예가 되어있는지.... 깨다든다.

 

에고고...

머리를 굴려본다...

글고보니 혜선과 어디서 만날것인지를 약속하지 않았다.

혜선의 전화번호도 생각이 전혀 나질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저장된 사람 꾸욱 눌러 통화를 했고,

수신되는 문자나 전화도 발신자가 누군지만 확인했지

전화번호를 보지 않고 산지 몇년은 족히 된것 같으니 말이다...

생각나는건...

ㅎㅅ, ㅅㅇ, ㄱㅎ...머 이런것 뿐이니...

숫자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으니 기억 재생도 절대로 불가능한 일 이었다...

이런...답답한 일이 있나....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여보니...

거기도 넓디 넓어 길 한복판에서  치마 올리고 '나좀 보아주세요' 하고 서 있지 않는한

 나를 그들이 찾아낼 수 없을것 같았다.

 

요즘은 공중전화도  구색맞추는 정도로만 갖다 놓았는지...달랑 두대를찾았다.

하나는 카드용.... 다른하나는 동전용...

카드용 공중전화에 내 신용카드를 넣어본다.

ㅠㅠㅠ 신용카드는 들어가지 않는다...

ㅋㅋㅋ 내가 미친짓을 하고 있따....

아니, 요즘세상에 공중전화용 카드를 갖고 다니는 사람도 있나???? 

암튼 남편에게 전화를 하여 집에 있는 핸펀의 번호를 찾아달라고 했더니...

이남자...내 평생에 도움이 안되는 남자 맞다...

...갑자기 자기도 일이 생겨 평촌에 와있단다...ㅠㅠ

 

칭구들과 만날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무효가 되었으니...

난 일찌감치 칭구들과의 만남을 포기하고

자리를 떴다.

아, 물론 달랑 스케쥴 하나만을 갖고 서울로 향할 리 없는 나였기에...

제2의 스케쥴을 메인으로 바꾼거다...

안수집사님 문상..

거긴...병원이고 시간약속 딱히 할 필요 없는 곳이니 암때나 가면 되는 곳이었다.

첨부터 찜찜하긴 했다.

그분를위한 기도를 아낌없이 사심없이 꺼이꺼이 눈물 흘리며 해 왔던 터에...

칭구들과 쇼핑이나 다니고 있다면...맘이 도저히 편치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쇼핑후 문상을 계획 하였으나 계획이 바뀐것이다.

바뀌어서 바로 잡은것이다....

하나님께서 나의 잘못을 바로잡으신것 같았다.

그래서....

미련없이 9호선 전철에 올랐다...

그렇게 한가지 중요한 일을 마쳤다...

 

 

병원문을 나서는데..

갑자기 ㅅㅇ이네 연구실이 근처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마침 눈물을 너무 흘려 머리도 뻐근한 터에 잠시 쉴 수 있을 장소라고 생각했다.

핸펀 쇼크에

눈물 바가지에

장거리 여행에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얼릉 집으로 가고 싶었으나....

만일 내가 그들을 만나지 못하고 간다면...

두고두고 우리들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을 하나 만들것 같았따...

아, 물론, 이 일 자체가 역사에 남을 일이긴 하다....

하지만, 내가 저녁에라도 그들의 얼굴이라도 볼 수 있다면, 나의 커단 실수가 조금은 희석될 수도 있을것이다....ㅠㅠ

해서 그녀의 연구실을 들려 연구소 쌤께 원장쌤 전번을 묻고,,,,

그녀들과 드디어 통화에 성공.하고 난

소파에 드러누워 편하게 잠을 청했다...휴....험한 고비 하나 넘긴, 긴장이 풀린 기분이란게....ㅠㅠ

 

그녀들의 쇼핑이 끝나길 기다려 다시 도킹을 시도한후....

장황한 수다와 샤핑후 이야기와 저녁식사와....머 그런것들로 나머지 4시간을 채운뒤....

 

 

9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나의 하루는 그렇게 길고 험했다...

 

내 머리를 쥐어박고 싶기도하고,

멍청해진 나를 창피해 하기도 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자꾸 재연되는것에 망연자실하며...

이렇게 나이들고,

나이듦에 익숙해지고,

점점 자신없어지고,

나약해 지는건가부다....

 

 

오는길 내내 내 머리속에 맴도는 말. 한마디...

"머리나뿌면 몸이 고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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