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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자의 고민

이대부고 20기

by 별난 이 2008. 2. 2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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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전면허증은 91년도산이고,

93년도에 운전을 처음 시작하여 큰 사고를 당했다.

뉴코아 앞의 건널목에서  신호가 빨강으로 바뀌자

신호대기중인 우리차를, 뒤따라오던 커다란 냉동  트럭이  신호가 바뀌는걸  미처 보지못하고

 받았다.

우리차는 받쳐서 건널목을 지나 100 여미터를 더 가서 섰다.

다행인것은 우리차가 건널목을 지나갈때 행인이 양옆으로만 있어, 인사사고가 안난거였다.

그 사고로 난 1년동안을 돌 전의 아들을 메고,허리와 다리 물리치료를 다녔고,

울 엄마는 5개월 정도 입원치료를 받았었다...

 

사고후 1년동안  난 울렁증으로 택시나 승용차를 전혀 탈 수없었고,

그 후 2년째에도  버스의 앞좌석엔 앉을 수 없어서, 뒷자석에 간신히 앉을 수 있었을 뿐이었고,

그저 가급적 전철만을 타고 다녔었다.

 

 

그후로 10년쯤 뒤에 난 다시 시내 연수를 20시간 더 받았다.

두 아이 뒷바라지 하려면, 차 없이는 힘들었기때문이었다.

그런데, 원주로 이사를 가보니,

도로에 신호등이 없이, 교차로에선 눈치껏 다녀야하고,

왕복 4차선 도로 양옆은 주차된 차로인해 왕복 2차선 도로나 다름 없었다.

서울의 대중교통이 얼마나 잘 발달되어있는지 깨달았다.

버스를 기다리는시간이 10-20분은 보통이고, 4-50분에 한대씩 오는 차도 있었고,

심지어는 하루에 2-3번 다니는 차도 있었다.

원주에선 지극히 승용차가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원주가 교통사고가 많아 정형외과가 붐비는  도시라는 사실이

 나의 운전을 움츠러들게했다.

마침 우리집이 시내 중심에 있어서

난 걍 뚜벅이로 다녔다...

 

그후로 몇년후,

서울로 다시 오고, 시어머님이 쓰러지시자,

물리치료 모시고 다녀야할 상황을 대비해

다시 시내연수를 30시간쯤 받았다.

 

강사가, 이번엔, 초보운전 마크를 1년은 족히 달고 다닐것과,

천천히 다닐것을 주문했다.

이번에 조그만 사고라도 나면, 평생 운전하긴 힘들꺼라는 말과 함께..

해서,

난, 내가 주로 다닐곳 몇군데를 정해, 그곳만 집중해서 연수를 받았고,

울 교회 지하 주차장을 오르내리락 하는 연수를 수도없이 받아서,

차를 끌고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6개월간은 하루 30분 운전으로 양 어깨의 통증을 호소해야했고,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녀야했으며,

외출은 강남지역에 한해 12시 이전에 끝냈고,

나의 오른쪽엔 운전 선배를 반드시 동반하였다.

 

작년 10월에 30개월 자동차 할부가 끝나자 이젠 한달 생활이 넉넉해 질꺼라며 조아했고

올 초에 주행 일만킬로를 돌파했다.ㅋㅋ

 

그런대로 강남 지역은 3시까지도 다니고,

남들을 라이드 하는 봉사도 가끔한다.

그래도 내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있었는데,

앞차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는것과

열씨미 속도내서 60킬로로 달리고 있는데, 건널목 신호가 갑자기 주황-빨강으로 바뀔때,

그때의 당혹스러움이 그것이다.

처음엔 끼이익 하고 급정거를 하고 가슴을 쓸어 내리고,

의자에서 떨어진 이런 저런 물건들 수습했는데,

요즘은  꽁지잡힐까 걍  달려버린다.

그래도 찝찝은 했다. 명쾌한 답이아니란 생각에..

 

얼마전 울 딸을 학원으로 실어나르고,

집으로 향하던중,

바로 그 상황에 접하게 되었다.

언덕을 향해 50킬로로 마악 질주 하는데,

아니, 언덕에 다다르기 전에 주황으로 바뀌는거다.

브레이크 밟는건 당근 노 이므로,

걍 악셀을 밟아 언덕위의 건널목을 지나, 언덕 아래로 내려오는데,

헉,,경찰 아저씨가, 날 부른다...

딴 차들은 걍 보내고, 나만 부른다...

-신호 위반 하셨습니다.

위풍당당한 풍채로 위압감 주면서, 어투는 매우 공손모드다.

-면허증 주시지요

면허증을 어디다 뒀는지, 갑자기 생각이 안나, 백 이곳 저곳을 뒤지니,

-면허증이 없으십니까?

아뇨, 갖고 다녀요...  면허증을 내 미는데,저런, 손이 떨린다.아니, 가슴도 떨린다..

가만 생각해 보니, 초보운전인 주제에, 주차위반, 졸음운전, 걸리진 않았지만 음주운전,까지,

다양하게 할껀 다 했단 생각이 들었다. 이젠 신호위반까지??? 그럼 어떻게 되는거지??

약 3초 동안 머리속에 이렇게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위풍당당아저씨, 나의 떨리는 손에 측은지심이 생긴건지,

젊은 경찰아저씨한테,

-동네 주민이신거 같으니, 잘 봐드려

한다..

거,참, 맘에 드는 멘트다..

 

젊은 경찰 아저씨 아주 잘 생겼다.

나보다 하얀 피부의 얼굴을 보며, 차암 잘 생겼다... 했다... 그 순간에도...

=무엇이 신호 위반이예요?

-주황불 일때 건너시면 위반이십니다.

=아니, 그럼, 달리다, 어떻게 갑자기 서나요?

-천천히 달리세요...

=녜? 천천히 달리면, 초보 티 나잖아요??

-그래도 천천히 달리셔야합니다.

-요번달은 계도 기간이니  감점없고, 벌금 �는 스티커만 끊겠습니다.

-3.4월은 집중 단속이니 조심하시고, 천천히 다니십시요...

갑자기, 잘생긴 얼굴이 더 환하게 맘에 든다.

고맙습니다 하면서 달려왔다. 천.천.히.

 

오늘 딸을 학원 데려다 주면서,

건널목 근처 다다르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주황불로 바뀌어 내가 또다시 어쩌지 못하는 상황 될까봐서.

그러면서 동시에 떠올렸다.

천.천.히 .달리세요...

 

 

울 동창들도 신호 위반 걸리지 않도록 3.4.월 조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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