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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그리움

이대부고 20기

by 별난 이 2008. 1. 2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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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적엔 눈이 나의 어깨 만큼이나 와서

눈 오는 날엔 엄마랑 집안의 어른이란 어른은 모두 나가 눈을 쓸어

겨우 한 사람이 다닐만한 너비로 길을 만들어

퇴근길에 아버지께서 무사히 집에 들어 오실 수 있게 하였고(?)

우리 어린이들은 양옆 키만큼의 눈으로 싸여져 있는 눈벽의 길을 다녔던 기억이 있다.

마당 한가운데로 쭈욱 좁은 길이 하나만 뚤려있었는데,

그것도 치우기 힘들다던 어른들의 아우성이

어린 내겐 미스테리였다.

그때의 눈은 형제 수 만큼 눈사람을 만들어도  남아돌았다.

 

 

어른이 되어 우리 아이들을 키울때,

눈내리는 날,  내리자마자 다 녹아 없어져

아이들과 눈사람은 커녕 하얀눈이 녹아 검정으로 질퍽이는 도로를 인상쓰며 걸어야했다.

 

대신,

눈덮인 몽마르뜨 언덕의 그림을 보거나,

혹은 하얀 눈의 겨울 풍경 그림을 감상하며,

어린시절의 눈 세상을 추억하기도 하고,

그리움에 젖곤 했었다.

예전 사이트에 종심이가 올린 눈 쌓인 사진들을 보면서도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기도 했었고...

몽마르뜨에 갔을땐,흰 눈 대신, 사람의 눈들로 가득찬

약간 나의 상상을 깨는 분위기에 참담..했었다.

 

 

그 많던 눈이 어디로 사라졌을까 , 참,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남편 발령으로 나의 본적지인 원주로 이사를 한 뒤

예전의 눈을 반쯤 발견하게 되었다.

원주의 첫 겨울에  제일 먼저 한 일이

식구들의 커다란 오리털(반드시 오리털이어야 한다) 외투와,부츠를 구입하는 거 였다.

늘, 여기저기, 온 천지, 도로 양 옆,으로 쌓여 있는 눈.

미처 치우기도 전에 또  내려  얼음이 되어있는 눈.

 이 거기 있었다....

 

용평 스키장에 갔었다.

들어서는 길목부터 흩뿌려지는 싸리눈은

나의 맘을 멜랑꼴리하게 하더니,

베란다 아래로 펼쳐지는

환상의 하얀 눈.세.상...

그위로 점점이 움직이며 날리는  함.박.눈..

현재진행형이요, dvd,였다.

 

그 환경에선,

옆에 있는 사람이 그 누구일지라도 단박에사랑에 빠질것 같다고....생각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주위엔 

시어머니, 울 아들,딸, 조카,만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우~ 우~ 분위기 깨는 매우 슬픈 현실(?)이었다.

울남편?

항상, 한박자 늦게 나타난다.

해뜨고, 고속도로가  제설되고, 흰눈 멈추고,분위기 가라앉은, 담날나타났다.

(ㅋㅋ 돈벌어야쥐)

 

횡성의 시골집으로 가기 위해선

고불고불  좁은 도로가 눈 덮이고 얼어서,

차를 길 가에 세워두고, 먹거리만 싸들고

미끄러질세라 조심조심 엉금엉금 다리에 힘 팍 주고 걸어갔었다.

아~ 낭만의  눈이, 현실의 불편함으로 다가서는 계기가 되었다.

 

 

약초할매의 눈  소식 읽으며,

내가 그리워했던 눈이

저쪽

영동 지방의 눈 이었구나 짐작해 본다. 

그곳 어디쯤에 나의 어린시절 추억이 있었나보다..하고..

 

그래도,

어린시절의 아름다운 풍경이

행복한 풍경으로 다가오고,

다시 새 눈이 내리면,

면역도 없는지,

다시 내 맘도 설렌다.

주착인건지...

철이 덜 들은건지...

 

눈 내리는 날 쓰면,

실.수.?

할까봐

눈 치우고 한참 지난 담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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