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적엔 눈이 나의 어깨 만큼이나 와서
눈 오는 날엔 엄마랑 집안의 어른이란 어른은 모두 나가 눈을 쓸어
겨우 한 사람이 다닐만한 너비로 길을 만들어
퇴근길에 아버지께서 무사히 집에 들어 오실 수 있게 하였고(?)
우리 어린이들은 양옆 키만큼의 눈으로 싸여져 있는 눈벽의 길을 다녔던 기억이 있다.
마당 한가운데로 쭈욱 좁은 길이 하나만 뚤려있었는데,
그것도 치우기 힘들다던 어른들의 아우성이
어린 내겐 미스테리였다.
그때의 눈은 형제 수 만큼 눈사람을 만들어도 남아돌았다.
어른이 되어 우리 아이들을 키울때,
눈내리는 날, 내리자마자 다 녹아 없어져
아이들과 눈사람은 커녕 하얀눈이 녹아 검정으로 질퍽이는 도로를 인상쓰며 걸어야했다.
대신,
눈덮인 몽마르뜨 언덕의 그림을 보거나,
혹은 하얀 눈의 겨울 풍경 그림을 감상하며,
어린시절의 눈 세상을 추억하기도 하고,
그리움에 젖곤 했었다.
예전 사이트에 종심이가 올린 눈 쌓인 사진들을 보면서도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기도 했었고...
몽마르뜨에 갔을땐,흰 눈 대신, 사람의 눈들로 가득찬
약간 나의 상상을 깨는 분위기에 참담..했었다.
그 많던 눈이 어디로 사라졌을까 , 참,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남편 발령으로 나의 본적지인 원주로 이사를 한 뒤
예전의 눈을 반쯤 발견하게 되었다.
원주의 첫 겨울에 제일 먼저 한 일이
식구들의 커다란 오리털(반드시 오리털이어야 한다) 외투와,부츠를 구입하는 거 였다.
늘, 여기저기, 온 천지, 도로 양 옆,으로 쌓여 있는 눈.
미처 치우기도 전에 또 내려 얼음이 되어있는 눈.
이 거기 있었다....
용평 스키장에 갔었다.
들어서는 길목부터 흩뿌려지는 싸리눈은
나의 맘을 멜랑꼴리하게 하더니,
베란다 아래로 펼쳐지는
환상의 하얀 눈.세.상...
그위로 점점이 움직이며 날리는 함.박.눈..
현재진행형이요, dvd,였다.
그 환경에선,
옆에 있는 사람이 그 누구일지라도 단박에사랑에 빠질것 같다고....생각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주위엔
시어머니, 울 아들,딸, 조카,만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우~ 우~ 분위기 깨는 매우 슬픈 현실(?)이었다.
울남편?
항상, 한박자 늦게 나타난다.
해뜨고, 고속도로가 제설되고, 흰눈 멈추고,분위기 가라앉은, 담날나타났다.
(ㅋㅋ 돈벌어야쥐)
횡성의 시골집으로 가기 위해선
고불고불 좁은 도로가 눈 덮이고 얼어서,
차를 길 가에 세워두고, 먹거리만 싸들고
미끄러질세라 조심조심 엉금엉금 다리에 힘 팍 주고 걸어갔었다.
아~ 낭만의 눈이, 현실의 불편함으로 다가서는 계기가 되었다.
약초할매의 눈 소식 읽으며,
내가 그리워했던 눈이
저쪽
영동 지방의 눈 이었구나 짐작해 본다.
그곳 어디쯤에 나의 어린시절 추억이 있었나보다..하고..
그래도,
어린시절의 아름다운 풍경이
행복한 풍경으로 다가오고,
다시 새 눈이 내리면,
면역도 없는지,
다시 내 맘도 설렌다.
주착인건지...
철이 덜 들은건지...
눈 내리는 날 쓰면,
실.수.?
할까봐
눈 치우고 한참 지난 담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