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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생일 풍경

일상의 이야기

by 별난 이 2008. 2. 2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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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은 집안 행사가 모여있어서 무지하게 바쁜 달이다.

아버님 제사를 시작으로

어머님 49제, 설, 친정아버님과  아들의 생일, 보름, 남편의 생일까지..

 

지난 월욜이엇다.

해마다 남편 생일땐, 남편과 같이 일하는  부하직원들을 초대하여

근사한 식사를 대접해왔다.

숫기없고, 내성적인 남편을 대신하여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서다..

근데, 올핸, 친정아버님이 편찮으셔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니,

실력있는 친정엄마가 솜씨를 발휘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혼후 첨으로 자립하여 생일상을 차리기로 했다.

손님은 초대할 수 없었으나, 남편 생일은 기념해 주고싶어서,

 

생일 며칠전부터 남편은 아이들에게 생일선물을  주문하였다.

몽블랑 만년필을 욕심내는거 였다.

그게 얼마짜리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아이처럼 보채고,

아이들은 아빠의 삐침을 견딜 수 없기에, 몽블랑 만년필을 사 드리겠다고, 이마트를 갔다.

 거기 있을리 없고, 코묻은 쌈지돈 달랑 2만원가지고 어림 없는 거 였지만,

암튼 갔다.

 

나도 선물 없이 걍 버티기엔 좀 불안했다.

선물을 물색하는데, 남편이 어디서 들었는지,

남자를 출세시킬려면 속옷을 비싼걸로 입혀야한다고 들었다면서, 

속옷 비싼걸루 챙겨달라 했던 기억이 났다.

-당신꺼 이미 비싼거야. 로 마무리 지었었는데,

정작 비싼 속옷을 보니, 맘이 걸렸다.

 

구래서. 걍. 사기로했다.

근데, 먼 팬티가 글케 비싼지...

그러고 보니, 색상이 유니끄한게, 맘에는 든다..

디자인 똑같고, 색상 하나 다를뿐인데, 10배나 많은 돈을 지불하는게 내키지 않았으나,

오늘이 무슨날인가,,,

울 식구를 위해 불철주야 홀로 고생하는 울 남편 생일이 아닌가...

오늘 아니면, 절대로, 내가 구입을 할 수  않을것 같았다.

 

해서 월,화,수,목,금,토,일, 통크게 팬티 7장과 런닝 3장에 거금 20만원을 지불하고 나오는데,

별로 떨리지 않았다.

앞으로 몇년 입히면, 본전 나오는거지머... 남편한테 투자하는건데...하믄서 나를 위로했다.ㅎㅎ

 

다행히도 남편은 SEA FOOD 를 좋아하는 탓에,

대하,전복,생굴, 아구, 머 이런 비싼 재료로 대충...

있는 그대로 삶아 그럴싸한 접시에 멋지게 담아내기만 하면 되는거 였다.

식탁의 풍성함에 감동 제대로 먹더니,

식사후, 고단백 요리에 위도 놀랐다나 어쨌다나 화장실 들락들락 하더라..ㅋㅋ

 평상시 부실했던 식탁이 살짝 미안해진다.

 

속옷이 급 고급이라 우기니, 함 입어본다..

-어때?

-영해보여..

-그게 먼소리?

-우하하..울 식구중 딱 한사람만  이해 못하네..했다.

 

울 아들 학원 끝나고 돌아오면 같이 케� 촛불끄겠다고, 기다리고 있는데,

평상시 10시 30분이면 귀가하던 애가 소식이 없다.

학원을 전화하니, 엔서링 머신이 학원이 이미 끝났음을 알리고,

핸폰은 먹통에 문자도 씹힌다.

핸폰을 게임 용도로만 쓰는 아들은 폰도 안받고 문자도 씹는다.

눈이 많이 내려 한편으론 사고가 걱정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넘이 피씨방으로 샜나 화가 나기도 하고...

막 찾으러 일어서는데, 아들이 들어선다.

눈을 흠뻑 맞은 채로 한손엔 케이크를 들고...

눈 맞으며 늦은 시간에 케이크 사러 여기저기 찾아 걸어다닌 흔적이배였다.

순간 .꽝. 하고 감동을 먹었다.

게임보이 아들이.. 저렇게.. 다 ... 자랐구나... 했다....

 

담날,  목욕탕을 다녀오겠노라고 하는데,

-뜬금없이 목욕은 왜? 했더니

-으응.. 속옷 자랑해야쥐.. 한다.

으이그.. 저 남자가 넘 구엽다.

저렇게 단순한데, 왜 글케 대접을 소홀히 했나, 반성도 하고....

 

열심히 일한자여, 비싼 속옷 입을 자격있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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