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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니, 수영 시험?

송글송글 추억

by 별난 이 2023. 8. 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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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일이니 최소 40년은 넘은 이야기다.

오지라퍼 친구가 자기의 친구 P의 체육 시험 과목이 수영이란다.

그 친구, 수영은 영 젬뱅이인데 걱정이 태산이라면서

'수영하면 물개'인 네가 대신 시험을 치러주면 좋겠다고 했다.

난 깊이 오래 생각하지 않고 그러마 약속을 했다.

두 해 전엔 비인의 해변을따라 쭈욱 왕복으로 쉬지 않고 수영을 했으며,

매 해 여름이면, 경포 앞바다의 오륙도까지 왔다리 갔다리 수영을 즐기던,

나름 한참 화려한 경력일 때였다.

나에게 수영은 재미난 놀이었고, 식은죽 먹기였으니, 앞뒤 재지 않고 오케이를 한 거다.

지금이라면,

거, 불법인데 어케 그런 걸 나한테 하라냐며 펄쩍 뛰었을 거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얘기구만.

 

당일, 시험 장소인 시내의 Y수영장으로 갔다.

그날 그 시간은 P의 학교 체육 과목 수영 수행평가  날인 듯했다.

난 친구의 학과로 슬그머니 들어가서, 친구 이름으로 스윽 확인을 하고, 수영복으로 환복을 했다.

 

처음엔 장소가 낯설어 당황했고,

바닷물에서 자유로왔던 내 몸뚱이는 실내 수영장의 수돗물에 또 당황했다.

염도 높은 바닷물에서와 같이 가볍게 뜨지도,쉽게 슈욱숙 앞으로 나가지도 않더란 말씀.

나도, 아마, 그때가, 실내 수영장이 처음이었던 거 같다.

 

어쨌든, 확실하진 않지만, 25미터  수영장 레인 끝까지 가는 테스트였는데,

몇 등으로 들어왔는지는 모르겄고, 레인 끝에 도착하자마자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수영장을 빠져나왔다.

수영복과 수모, 수경까지 쓰고 있어서 누가 누군지 알아보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과 친구가 알아볼까, 친구의 대리시험이 들통날까, 두려웠기 때문.

대~ 충, 레인 끝까지 간 사람은 몇 안 됐고, 많은 학생들이 중간 지점 여기저기서 낙오하고 있었다.

그 시절 그땐, 수영이 가능한 사람 자체가 드문 시절이었다.

 

부리나케 그 자리를 빠져나와서 보니, 아뿔싸, 내 새끼손가락의 반지가 안보였다.

아마도, 수영하면서, 물속에서 빠졌나 보다... 우왕~~

그즈음 새끼손가락 반지에 삘 받아, 모처럼 거금 주고 장만한 반짝반짝 빛나는 새삥 금반지 였는데 말이다.

대리시험 주제에, 반지 찾겠다고, 수영장 바닥을 휘젓고 다닐 순 없었기에...

참으로 가슴 쓰렸다.ㅠㅠ쩝.

 

이후 난 그 친구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나와 직접 연결이 되는것도 아니었고, 난 다만 오지라퍼 내 친구의 또 다른 친구일 뿐이었다.

.

.

 

나중에, 수십 년이 지난 후에, 

소싯적 수영 잘하던 내가 중년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수영 레슨을 받게 되었다.

그때, 

수영 선생은 그즈음 웃을 일이 없었는데, 회원님 덕에 웃으며 지낸다고 했다.

내 수영 폼을 생각하면 하루 종일 웃게 된다나?? 헉^^

방학 동안 딸램에게 수영을 가르치기 위해 딸과 함께 시작한 수업이었는데,

딸램은 한 달 만에 모든 과정을 마쳤구만,

난 수십 년간 몸에 익은 똥폼을 수정하는데만 오롯이 석 달이 넘게 걸렸다.

...울랄라..

그제야 생각이 났다. 그녀 P의 체육 수행평가는 어떻게 나왔으려나...

지금 생각하면, 그 고생을 하고, 반지까지 잃어버리고, 내 인생철학을 거스르면서까지 불법 대리시험을 쳐줬는데,

성적이 어떻단 소리도 없고. 얼굴을 본 기억도 읎다.

똥폼이라 A는 안 됐겠구먼...

그래도 B는 받았겄지?  완주는 했으니 말여...ㅋ

 

엊그제 오지라퍼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P 아들 결혼식이 양재역에서 있으니 같이 가잔다.

나 P를 모르는디,??

보면 생각날 거라면서, "너가 수영 셤도 대리로 쳐 줬잔어..." 하면서 기억을 되짚어준다.

그래... 이번에  P의 얼굴도 확인하고, 점수도 확인해 봐야겄어....

 

우리가 중학교 동창이라고 하고, 같은 반이었다고 하니, 앨범을 뒤졌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동창들과는 제법 많은 교류가 있어 아직까지도 인생에 연결이 되어 함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중학교 동창들과는 단절인 상태였다.

14반까지 있었던 건 생각이 나는데, 내가 몇 반이었는지도, 도무지 생각이 안 났다.

앨범을 보니,,, 그제서 낯익은 선생님들의 모습..

아~~ 그랬지. 마법처럼 되살아나는 그때 그 시절.

 

앨범에서 툭툭 던져지는 먼지 쌓인 오래된 이야기들.

그리고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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