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아들이 뜬금없이 "엄만 어쩌다가 아빠랑 결혼을 하셨어요?" 묻는다.
거, 무신소리~~?
아들이 보기에....
쪼잔의 극치,
짠돌의 대가,
성격도 별로 그닥 좋아보이지 않는데다가,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대형 마트나 길거리서 버럭 소리 질러, 우릴 깝놀라게하거나 혹은 창피하게 하기도 하니...
엄마처럼 괜찮은 사람이?? 어쩌다 이런 사람 만나 고생하시나....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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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이다.
그때도, 비슷한 난감한 질문을 받았었다.
고등학교 동창끼리 사진 동호회 모임을 만들어 어딘가로 출사를 다녀오는 차안이었다...
울 모임의 리더이기도 하고, 모 대학의 잘나가는 교수이기도 한 동창이,
뜬금없이...내게...
어떻게 신랑이랑 만나 결혼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했다.
거, 무신소리~~?
물었더니...
왈,
잘생긴 외모도 아니고,
키가 훤칠하거나 멋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닥 학벌이 좋아 보이지도 않고,
집안이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데....
왜, 하필, 그남자 였냐는....거였다...
머, 내보기엔 중간 이상은 되는거 같은데, 그들이 보기엔, 영~ 션찮아 보였던 모양이다..ㅋㅋ
기분 많이 나빠해야하는건지, 나를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해 주어 고마와 해야 하는건지...헷갈려 묘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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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대답은...
그래, 고르다~~ 고르다~~ 뒷골라 갔다....ㅎㅎ
그나이 되도록 만난 남자들 많았건만, 노처녀 되기까지 남아있던 남자가 그사람 단 한명. 이었던 거다.ㅠㅠ
세세히 말하자면...
그당시...한창 나이의 나,오나가나 그넘의 인기 덕에, 공주병에...못된 성질머리의 소유자...
반면 남편은...보기드물게 참을성있고, 조용하고, 암튼 감정조절이 매우 잘 되는 A형의 모습을 가졌었다.
못된 성질 탓에 그 많던 무수한 남성들 다 나가 떨어지고 없을 무렵....
성격좋은 그가 끝까지 버티고 있었던 거다...
내가 가지지 못한 단한가지,<좋은 성격>에 후한 점수 주어 결혼을 결심했던거 같다...
머, 잘난 남자 몇명쯤 더 있었음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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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유일한 조건이었던 좋은성격...
그넘의 좋은성격은 나이 오십이 넘어서면서...
서서히 바뀌어 이젠 성질머리 사나워지고, 변덕스러워져서,
나의 결혼 최고의 조건, 그것이...결국은 옳은 판단이 아니었음을 실감한다.
사람은 변하는게 맞다.
성격도 변하고, 가치관도 변하고...때론 환경에 따라 삶의 가치도 변한다.
끝까지 옳았다고 믿었던것. 그것 조차도 세월흐름에 따라 결코 그렇지 아니하다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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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얘기지만,
나이들면서 만남의 기회도 많아지고, 또한 헤어짐도 많아진다.
만남에는 두려움, 기대, 설렘이 동반되고,
헤어짐에는 아쉬움, 그리고 쿨한 정리가 동반되는게 사실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풋풋한 젊은이들의 열정과 순수를 만나, 지금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탓에 마음이 쑤욱 동하기도 하고,
닳고 닳은 어르신의 계산과 끝없는 자기애와 만나면, 나와 같은 미운 모습 보기 싫어 슬그머니 등을 돌린다.
이런 와중에 난 지금 또 헤어짐을 준비한다.
함께한 시간이 결국은 내 인생의 한 장이요 역사인데,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다...
맞다. 마음이 슬프다...많이.